[2022게임] ‘놀면서 돈 번다’ 최대 화두…먹튀 우려도

이대호 기자I 2021.12.26 15:21:41

‘돈 버는 게임’ 거대한 시장 흐름으로
엔씨 등 내년 업계서 사업계획 공개 예정
국내서 P2E 막히자 기업 소송 잇따라
“무조건 규제는 안 된다” 목소리 힘 얻어
음지 내몰려 사람 모이면 ‘먹튀’ 전망도

2021년 게임업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 과용에 따른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가 본격화했고 크래프톤의 증시 입성으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로 이어지는 ‘게임 빅3’ 체제에도 변화 조짐이 생겼습니다. 메타버스 대응도 내년 게임업계가 앞장서 주도할 움직임입니다. 업계 수익모델(BM)에 큰 변화를 가져올 ‘돈 버는 게임’ 유행도 촉발됐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쉬이 지나칠 수 없는 이슈입니다. 2022년 게임업계 전망을 하나씩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2022년 게임업계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일 전망이다. 여러 변화 중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 P2E)’이 최대 화두로 꼽힌다. 여러 기업의 대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용 사례가 불거진다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블랙홀이 될 가능성도 있다.

P2E는 직역하면 ‘벌기 위해 즐긴다’는 뜻이다. 이용자가 게임 내 재화를 가상자산화(대체불가토큰 발행)하고 암호화폐와 연동해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이 P2E의 주요 특징이다. 게임 내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타 게임으로도 옮길 수 있다. 이용자로선 혁신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혁신이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 수익모델(BM) 운용에 한계에 부딪힌 업계에 향후 10년 이상의 먹거리가 될 돌파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국내 원조 돈 버는 게임으로 알려진 스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


◇일단 막았으나…이미 거대한 흐름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나트리스의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의 등급분류 취소를 확정하고 앱마켓에 통보했다. 그러나 나트리스가 공식 카페 공지를 통해 “등급분류 취소와 관련해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및 등급분류결정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상됐던 일이다.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라는 앞선 사례가 있다. 스카이피플은 돈 버는 게임을 불법으로 판단한 게임위와 본안 소송 중이다. 여기에 나트리스까지 소송 동참을 예고했다. P2E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열어달라는 것이다.

홍정기 스카이피플 부사장은 “내년 3월 법정에서 게임 시연이 예정돼 있다”며 “그 이후로도 몇 차례 변론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누가 이기든 진 쪽에서 항소가 예상된다. 돈 버는 게임에 대한 국내 첫 판결이 내년 하반기에 나오더라도 결국 항소를 통해 몇 년간 법적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와중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P2E 문호 개방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서 “P2E가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해외에서 이미 활발한 산업인 만큼 무조건 금지하면 쇄국정책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유력 기업들이 P2E 게임 대응을 공언했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초 사업계획 발표를 예고했다. P2E 대응을 공식화하지 않은 기업들도 내부 검토 단계다. ‘액시인피니티’ 등 국외 기업 성공 사례로만 소식이 전해지다가 위메이드가 ‘미르4 글로벌’을 성공시키면서 시장 변화를 촉발했다. 위메이드는 100개 게임 연동을 목표로 P2E 생태계를 꾸린다.

◇‘먹튀 나온다면’ 시장 우려 여전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태의 재현이다. 게임위가 콘텐츠 선정성과 폭력성 등에선 상당히 유연한 판단을 하고 있으나, 사행성 이슈에 유독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위 상위기관이자 업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도 원론적 입장을 보인다. 당장 정책적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정윤재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게임법 손질 등 향후 P2E 게임 대응에 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상황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기업들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위와 소송 중인 스카이피플의 홍 부사장은 “이렇게 음지로 내몰리면 게임 토큰 가격을 띄웠다가 사람들이 모이면 (게임 서비스를) 정리하고 빠져나간 뒤 또 다른 게임을 서비스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른바 먹튀다. 게임위 위원장을 지낸 이재홍 대한민국게임정책포럼 대표(숭실대 교수)는 “새로운 생태계의 변화가 이뤄질 때”라며 “사행성 우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좋은 문화로 이끄는 것이 관건”이라고 시장에 대한 개방적 입장과 우려를 동시에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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