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압력
한은은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은 하반기 중 2%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종전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 전망 경로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은은 2019년 물가안정목표치를 연 2.0%로 정한 이후 물가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6월과 12월, 연 2회 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한은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이, 소비 개선 등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으나 현재로서 이 모든 요인들은 물가 하락보다 상승 압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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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집중호우, 한파 등 작황 부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영향으로 큰 폭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2월 농축산물 물가상승률이 18.9%를 찍은 후 상승세가 둔화되긴 했으나 5월에도 14.2%를 기록하는 등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농축산물 가격 상승은 재료비 인상을 통해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수요 물가 압력 커져..소비자물가보다 더 오를 근원물가
한은은 경기 회복에 따라 국내총생산(GDP)갭률(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의 차이)의 마이너스폭이 빠르게 축소되는 등 소매판매, 소비심리지수 개선으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무상교육, 무상급식, 개별소비세 인하, 이동통신요금 지원 등 각종 정책으로 물가가 하락했으나 하반기부턴 이러한 ‘관리물가’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0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관리물가는 5월까지만 해도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을 1.7%에서 1.2%로 0.5%포인트나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엔 각각 물가상승률을 0.03%포인트, 0.05%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중 전산업 임금상승률이 4.2%(전년동기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처럼 인력난에 따른 임금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전이될 만큼의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에 임금 베이스가 낮아 상승률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소비자 가격으로까지 전가되기 위해선 경기회복이 과열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하게 나타나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개인서비스업 임금상승률은 1.6%에 불과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도 낮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가격 오름폭 확대, 항공료 및 숙박비 등 서비스 물가 상승(일본 제외) 등 물가상승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기대인플레이션을 상승시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6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3%로 2019년 3월(2.3%) 이후 2년 2개월래 최고 수준이다. 사람들이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당장 지금 물건을 사려는 욕구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1.8%를 추가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22일 금융안정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수준(2.0%)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