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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국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총 1421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24.8%)을 차지했다. 이 중 중간재 비중은 78.9%였다.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기계류 등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 기업도 연쇄 피해를 입는 구조다. 미국에 수출한 비중도 지난해 11.9%를 차지했다. 중국까지 합치면 36.7%로, 작년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이 두 국가를 상대로 이뤄졌단 얘기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한국 수출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경제분석기관인 픽셋애셋매니지먼트가 전면적 무역전쟁 발발시 타격을 입게 될 국가들(미국·중국 제외)로 룩셈부르크, 대만,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에 이어 한국을 여섯 번째로 꼽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글로벌 교역 체인 참여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위험도(수출입품 부가가치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는 62.1%로 집계됐다.
한국 수출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철강의 경우 지난 5월 미국과의 협상에서 수출량 제한 조치에 합의,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중국과 EU의 보복관세는 피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대로 5000억달러어치의 중국 제품과 수입 자동차에 각각 추가 관세를 물리고, 중국·EU가 재차 보복관세로 맞서는 등 전면전으로 확전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석유화학·기계·자동차 등도 큰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이 공청회 등을 거쳐 2차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해 놓은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는 실제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지 생산하는 제품이다. 자동차 역시 미국이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자동차 84만5319대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 물량(253만194대)의 3분의 1 규모다.
높은 수출의존도에 따라 글로벌 교역량이 위축되는 것도 문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과 중국이 확전에 나설 경우 연간 세계 무역액 중 10%가 넘는 2조달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 산업연구원은 미·중·EU가 각각 관세를 10%포인트씩 올리면 한국의 수출 피해액이 367억달러(약 41조원·총수출의 6.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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