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한창 분주해야 할 공단 내부도 썰렁했다. 거리엔 화물차 행렬 대신 공장을 급매하거나 싼 값에 임대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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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이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국가 산업단지내 제조업 8월 가동률은 83.6%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84% 이하로 떨어졌다. 9월 가동률도 83.9%로 1년전에 비해 0.9%포인트 낮아졌다. 중소기업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공단 내부 관계자는 “인천 반월·시화공단의 9월 가동률은 79.3%와 80.2%로 대기업 중심 단지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낮다”며 “중소기업들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일감 부족에 따른 가동률 하락은 중소업체의 경영난으로 직결되고 있다. 산단공 관할 전국 산업단지 입주 업체 4만 2557개사 중 휴폐업 업체가 아직은 71곳에 불과하지만, 일감이 대폭 줄어 직원수를 줄이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한 2~3차 하청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IMF 때처럼 자고 일어나면 거래업체가 무더기로 도산하던 극한의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일감이 없는 하청 업체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불경기가 장기화 되면 영세 업체들은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이 안 팔린다”
긴축 경영을 하거나 휴업을 하려는 업체들이 늘면서 공단 부동산 시장도 왜곡 되고 있다. 불경기로 대형 공장 매매나 임대가 잘 이뤄지지 않자 공장을 쪼개 팔거나 임차인이 또 다른 임차인을 들이는 전대도 성행하고 있는 것. 반월공단 내의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요즘같은 불경기에 대형 공장을 선뜻 사거나 임대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공장을 쪼개서 팔거나 임차인이 또 다시 임대를 내놓는 전대가 공단내에 흔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100평 이상의 대형 공장과 달리 50평 규모의 소형 공장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수 있는 호이스트 등의 설비를 갖추고 있는 소형 공장은 임대료가 대형에 비해 20~30% 비싸다. 또다른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전대를 해서 들어가면 남들과 공간을 나눠써야 하지만 소형은 단독으로 쓸 수 있어 인기가 높다”며 “평당 임대료도 소형은 3~4만원대지만 100평 이상은 2만 6000원까지 해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땡처리라도 반갑다”
그나마 간간히 계약이 체결되는 임대와는 다르게 매수문의는 거의 끊긴 상태다. 그결과 지난 해 3.3㎡당 평균 380만원 대를 유지했던 매매가도 올해 350만원까지 떨어졌다.공장을 내놨으나 장기간 매매나 임대가 안되는 공장주들은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 의류 판매 업자들에게 단기 임대를 주기도 한다. 국가 산업단지내 제조 공장이 땡처리 백화점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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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경기로 매상이 감소해 울상을 짓던 공단내 상인들은 이런 불법 땡처리 백화점을 오히려 반기고 있다. 공단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공장 근로자 대부분이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싸와 가게를 운영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요즘엔 간간히 열리는 땡처리 백화점이 오히려 가게 매상을 올려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