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대웅제약(069620)이 지난해 제약사 30개사로부터 위탁받아 생산중이던 위궤양치료제의 허가를 동반 취하했다가 최근 단독으로 시장에 재진입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과 함께 해당 제품을 철수한 업체들은 "경쟁제품 죽이고 혼자 살아남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식약청으로부터 위궤양치료제 `란소프라졸` 성분의 `란프라캡슐30mg`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대웅제약은 같은 성분의 `란프라정30mg`의 허가를 `수출용`으로 전환하면서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정제를 캡슐제로 바꾼 제품을 새롭게 개발해 다시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문제는 기존에 철수한 제품이 대웅제약이 단독으로 생산·공급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7년 제약사 30곳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란소프라졸제제의 허가와 생산을 대신 맡았다. 대웅제약이 똑같은 원료를 이용해 자사제품을 비롯해 30개사의 제품도 대신 생산·공급해주면서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지금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더라도 허가는 한번에 2개 품목만 받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위·수탁 품목 수에 대한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식약청이 유통중인 복제약의 효능을 검증하는 생동재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웅제약은 자사에 위탁을 의뢰한 30개의 란소프라졸제제 제품을 대표해 생동성시험을 실시했지만 시험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다. 자칫 허가취소 위기에 몰리게 되자 대웅제약은 자사제품인 `란프라정`을 시장에서 자진 철수키로 결정했다.
또 위탁을 맡긴 30개사에 "허가를 자진 취하하거나 수출용으로 변경하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자발적으로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식악쳥으로부터 허가취소와 유통제품 회수 명령이 내려지기 때문에 자진 철수가 유리하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대웅제약 뿐만 아니라 위탁을 의뢰했던 30개사 제품들도 일괄적으로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다.
이때 대웅제약에 위탁을 의뢰했던 유유제약은 "대웅제약이 위탁받은 제품의 품질관리 의무를 준수하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수탁사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양사는 손배소 제기 이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웅제약이 다시 란소프라졸제제의 허가를 받자 위탁사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동시에 시장에 철수했으면서 단독으로 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대웅제약에 위탁을 의뢰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시장 철수를 종용했으면서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단독으로 허가를 다시 받는 것은 `고의적인 경쟁사 죽이기`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허가체계에서는 과거처럼 동시에 수십개 제품의 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단독으로 허가를 받은 것일뿐 다른 업체들의 요청이 들어오면 위탁 생산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란프라캡슐은 판매 목적으로 개발한 것은 아니며 개발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에게도 위탁 여부를 문의했다"며 "위탁사들이 허가와 생산 대행을 요청하면 언제든 협조해줄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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