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천성산터널을 `목숨 걸고` 반대한 이가 있다. 242일간 단식, 도롱뇽 소송으로 더 유명한 지율스님이다. 그의 집요한 원칙주의에 여러 사람들이 난감해 했다. `도롱뇽에 뭇매 맞은 고속철도`라는 기사까지 등장해 여론을 갈라놨고, 정부 측에선 지율스님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돼 2조5000억원의 손실이 생겼다고 펄펄 뛰었다. 하지만 결국 터널은 뚫렸다. 그는 이제 낙동강으로 옮겨갔다. 4대강 개발로 천성산보다 1000배나 많은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채우고 채워도 충족되지 않는 요즘을 사는 사람들의 허기를 위한 해결책을 엿봤다. `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 환경운동가 지율스님을 비롯해 `산위의마을` 공동체의 박기호 신부, `좋은마을`의 이남곡, `시골교회`의 임락경 목사, 요가수행단체 `아난다마르가`의 칫다다 등 여섯 사람이 나서 독특한 색깔로 생각을 풀어놨다. 무소유와 버림의 미학을 묻고 답하는 이들은 “보통사람이 듣기엔 좋은데 실천하기엔 고통이 따르는 삶을 천연덕스럽게 살아내고” 있었다.
살아온 모습과 내놓은 형식은 다르다. 하지만 `함께 나눈다는 뜻`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 `진리에 대한 집요한 추구`라는 공통분모는 발밑에 뒀다. 한결같이 내세우는 것은 `비워서 채운다`다. 가지지 않았더니 오히려 편안해졌다는 거다. 문제는 소유욕이었다. 종교든 옛 선인이든 `많이 가지라`고 가르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가지라는 것을 가르치지 않으니 어떻게 가지라는 것에 대한 얘기도 필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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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가진다는 것`의 확대된 개념을 던져놨다. 그 방향을 가늠할 좌표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