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8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를 마치고 이같이 평가했다. 중동 민주화 시위가 번진 뒤 처음 열린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증산을 주장했지만, 이란 등 6개국의 격렬한 반대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합의에 실패했다.
증산을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에 못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에 보여준 대립 양상은 OPEC의 영향력과 목적을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또 OPEC이 더이상 유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 사우디, OPEC 내 영향력 예전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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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합의 실패로 OPEC 내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45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하는 OPEC 내 최대 석유 공급 국가로, 그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번 회의가 최악이었다는 알-나이미 장관의 평가는 이에 대한 불만의 토로이기도 하다.
◇ OPEC의 목적은 무엇인가
합의 실패에 따라 선물 시장에서 국제유가는 2% 상승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미니크 키리첼라 에너지관리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지난 4~5일간 누구도 이 같은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OPEC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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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내 관계자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걸프 산유국의 한 관계자는 합의 실패가 OPEC의 근본적인 원리를 무너뜨린 것이라면서 "공급 쿼터제의 종결"이라고 말했다.
◇ OPEC, 더이상 유가 안정에 기여 못해
이번 회의 결과는 OPEC이 더 이상 유가 안정에 기여할 수 없다는 사실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원유 수입국들은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전망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적 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가지 대안을 찾고 있다"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 회원국들의 합의 실패와 관련해 회원국 상당수가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를 천장이 아닌 새로운 바닥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공공연히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 안정보다는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높은 수준의 유가를 선호하고 있다는 관점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