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온혜선기자]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요? 얼마에 팔겠다는 가격만 올랐을 뿐 실질적인 거래는 없습니다. 외부에서는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내부에서 보는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니까요"(하남 풍산동 H중개업소 대표)
정부는 지난 12일 정부가 하남 미사지구, 강남구 세곡지구 등 4곳에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를 조성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 중 4만가구가 공급되는 하남 미사지구 인근은 가격상승을 기대하는 시장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5일 둘러본 하남시 미사지구 분위기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호재`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중개업소가 몰려있는 풍산동 동사무소 앞을 오고가는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호가`일 뿐 실질적인 거래는 거의 전무하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설명한다. 또 미사지구 인근의 풍산지구 아파트 중 전매제한 때문에 거래물량 자체는 400가구 정도로 많지 않고, 이마저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가 실종됐다고 덧붙였다.
◇ 시장 관망세 "호가만 반짝 상승"
풍산지구 인근은 오래된 그린벨트 현장답게 곳곳에는 비닐하우스와 논밭, 물류 창고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1~2명씩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20분 정도 머물며 향후 시장 전망과 가격 동향을 듣는 정도였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미사지구 남쪽에 붙어 있는 풍산지구의 경우 개발 계획 발표후 평균 호가만 2000만원 넘게 상승했다.
풍산동 동원베네스트 105㎡은 지난주에 4억7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호가는 5억원에 달한다. 고급빌라인 풍산동 우남 퍼스트빌리젠트는 157㎡의 경우 작년 말에 7억5000만원선에서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호가가 8억원에서 8억2000만~8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주변 지역 호가도 상승세다. 덕풍동에 위치한 GS 자이아파트 105㎡, 벽산블루밍 105㎡은 3억8000만원에서 로얄층은 4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신장동 대명강변타운은 올해 초 4억원에서 4억5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는데 현재 호가는 5억원까지 오른 상태다.
◇ 엇갈린 전망.."오른다 vs 안 오른다"
현지 중개업소는 하남 미사지구 인근 아파트 시장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신규 분양단지가 프리미엄 없이 거래됐던 만큼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거품이 이미 낀 가격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현지 E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풍산지구 일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분양가 밑으로 아파트를 파는 사람까지 나왔다"며 "통상 분양가의 1억~1억5000만원을 프리미엄으로 받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아파트 가격은 더욱 오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현지 H중개업소 관계자는 "외부의 진단과 달리 내부에서는 움직임이 없다. 호가만 2000만~3000만원 올랐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풍산지구 분양가가 3.3㎡당 1250만원 정도로 서울 강북 일부지역보다 비싸다며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풍산지구 아파트는 절대 싸게 분양된 아파트가 아니다. 가격이 현재보다 더 오를지 회의적"이라며 "기반시설이라고는 주변에 이마트 밖에 없다. 가격이 오른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금자리 주택 개발에 대한 회의론도 나왔다. 보금자리 주택단지가 대부분 105㎡ 이하이며 임대주택 비율이 50% 넘는 `서민형` 주거단지인만큼 하남시민 입장에서 꼭 호재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지 중개업자는 "하남시의 슬럼화나 베드타운화에 대한 걱정이 있다"며 "장기적인 미래를 보면 이런 식의 개발은 지양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며 소견을 밝혔다.
◇ 토지거래 한산.."규제 많고 시세차익 없어"
이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토지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 S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외지인의 땅 매수에 한계가 있다"며 "땅값에 이미 거품이 많은 것도 거래가 뜸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이 지역 논밭은 비싼 곳은 3.3㎡당 200만~300만원, 싼 곳은 150만원 선이다. 하지만 미사리 카페촌 도로변은 1500만원을 호가하는 등 주변시세보다 월등히 높아 일각에서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현지 중개업자들은 토지를 구입하더라도 뚜렷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E공인 관계자는 "어차피 수용가격은 실거래가보다 낮다. 오래 토지를 보유한 사람이면 모를까 외부인이 땅을 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