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업가라면 대가는 자연스레 돈이 될 것이고, 그 돈은 다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원동력이 된다. 출판교육업체 비유와상징(100220)의 양태회 대표(사진)도 그렇게 지금의 사업가가 됐다.
지난 5일 서울 구로동 비유와상징 본사에서 만난 양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강사를 하던 시절을 이 같이 회상했다.
80년대 대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양 대표도 `운동권`이었다. 취업할 생각은 진작에 없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하다 느꼈던 것. 양 대표는 "이왕이면 깨끗하게 벌어서 세상을 바꾸는 데에 쓰자"고 마음 먹었다.
"강의 프린트들이 모이다보니 매번 복사해주기 힘들더군요. 100만원을 빌려 제본을 해 수강생들에게 팔았습니다. 동료 강사에겐 무료로 이용하게 하고 대신 교재의 문제점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구요. 그렇게 몇 차례 거치니 돈이 되더군요."
출판사 비유와상징은 한 권에 1만1000원 하는, 엉성한 제본 교재의 판매대금 몇 천 만원을 종잣돈으로 시작됐다. 98년 2학기 중학교 국어 교재인 `국어 한 권으로 끝내기`를 시작으로, 비유와상징은 현재 종업원 325명에 연 매출 765억원 규모의 어엿한 출판교육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유가증권시장에도 상장했다.
◇ 우리의 무기는 콘텐츠
비유와상징은 학원용 교재인 `한끝(한 권으로 끝내기)`과 더불어 자율학습용 교재 `완자(완벽한 자율학습서)`, 과학 내신 대비서 `오투(O2)`, 수학 내신 대비서 `개뿔(개념+유형)` 등의 시리즈로 유명하다.
대표 브랜드 `한끝`은 지난 2006년 업계 최단 기간 1000만권 판매 기록을 갖고 있다. `완자`도 최근 누적 판매 1000만권을 넘어서 비유와상징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비유와상징은 전체 매출의 35%를 완자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교재 5종으로 출발한 완자는 현재 초등학교부터 대입까지 아우르는 매머드 브랜드로 성장했다. 양 대표는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비유와상징이 여타 교육업체와 차별성을 가지는 부분도 이 콘텐츠에 있다. 지난해 상장과 더불어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학원, 프랜차이즈 등으로 외연을 확장한 바탕에는 콘텐츠에 대한 이 같은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콘텐츠가 없었다면 이러닝 접근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교재 내에 온라인 강의 할인쿠폰을 넣거나 면지를 통해 사이트 광고를 합니다. 교재 자체가 마케팅 툴이 되는 것이죠. 아이들이 교재를 가지고 다니면서 `수박씨닷컴`(중등 온라인)이나 `비상에듀`(고등 온라인)를 자연스레 홍보해주는 셈입니다."
비유와상징은 지난 2007년 12월 중등 온라인 교육 사이트 `수박씨닷컴`을 본격 오픈하며 온라인 교육 영역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지난해 11월까지 평균 2300명 가량이던 월별 유료회원 증가수는 지난해 12월 3400명, 올해 1월 5900명, 2월 4300명으로 갈수록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말 현재 전체 유료회원수는 4만4000명으로, 중등 온라인 교육 시장의 2위권 다지기에 들어간 상황. 물론 1위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와는 아직 격차가 현저하다.
◇ 메가스터디와 DNA부터 다르다
"중등 온라인은 고등 온라인과 달리 교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메가스터디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우리의 강점은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교재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엠베스트(메가스터디)가 지난해 목표치를 못 간 이유도 그동안 메가스터디에 제공한 우리 콘텐츠를 회수했기 때문입니다."
비유와상징은 지난해 고등부 온라인 강의와 재수생 대상 오프라인 학원, 전국 단위의 모의고사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 종합교육 브랜드 `비상에듀`를 출시했다. 비유와상징이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비상에듀의 안착이다. 지난 1년 동안 교재를 기반으로 온라인 장악을 검증해 냈으니, 이젠 메가스터디의 고유 영역(?)인 고등부 입시 분야를 나름의 전략으로 공략해 보겠다는 것.
비유와상징은 지난해 평가 모의고사 업체인 진학에듀를 인수해 비상에듀 브랜드로 묶었다. 유웨이중앙이나 대성학원, 종로학원에서 실시하는 전국 단위 모의고사를 비상에듀가 주관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공신력을 확보하겠다는 것. 결국 고등부에서도 비유와상징만의 콘텐츠 강점을 십분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유와상징은 이와 함께 콘텐츠의 지속적인 강화를 위해 올해 교과서 시장에도 진출했다. 중고교 학원교재 출판사로 시작한 비유와상징이 교육 콘텐츠의 `본령`이자 핵심인 교과서에까지 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천재교육에 이어 채택률 17%를 기록한 중학교 수학 교과서를 필두로 영어와 국어, 과학, 사회 같은 주요 과목의 채택률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교과서 채택률이 높아질수록 비유와상징이 갖는 원천 저자로서의 영향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 세상을 바꾸겠다
양 대표는 일견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교육 업체의 대표이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고비용저효율 교육`에 신음하고 있는 한국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사교육 업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의 미션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특히 학생의 미래역량을 발굴해서 키우는 게 초점이예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뭘 해야될 지 모르는 이런 상황을 깨려면, 일찍부터 스스로 진로를 잘 정리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아직 틀이 채 갖춰지진 않았지만, 독서토론 논술교육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힘`과 진학지도 컨설팅 기관 `행복한 공부연구소`는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재수생 종합학원인 비상에듀 학원도 그래서 상위권 대학 합격이 아닌 각자의 실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인생의 전환을 경험하게 하고, 이러한 동기부여를 통해 다른 꿈을 꿀수 있는 아이들로 만들어내는 것"이 양 대표가 생각하는 비상에듀 학원이란 함수 박스의 `로직`이다.
"다양한 의견을 놓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는 그런 열린 수업, 열린 교육이 올바른 가치관과 다양한 능력을 배양해 준단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도 단순한 글쓰기 교육이 아니라 오는 2030년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 프로그램이예요.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어 쉽진 않지만, 계속해서 끌고 갈 생각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단순한 글쓰기 교육이 아니듯, 양 대표의 지향도 단순한 출판 교육업체 대표의 생각을 벗어나 있었다. 양 대표가 길러낼 2030년의 리더들은 사교육 업체의 대표가 교육의 현실을 걱정하는 2009년 대한민국의 아이러니를 깰 해답을 갖고 있을까.
양 대표는 1964년생으로 고려대학교 불어불문과를 나와 서울 마포의 길잡이 학원의 원장을 지냈다. 지난 1998년 출판사 비유와상징을 설립, 현재 대표이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