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5% 지분으로 의결권 6.8배 행사

이정훈 기자I 2005.07.12 12:00:02

38대그룹 총수지분율 4.94% 불과..내부지분율은 51.2%나
13개그룹 금융보험사가 계열사지분 12.58% 보유..지분율 늘어
소유지배 괴리도·의결권 승수 개선폭 `미흡`

[edaily 이정훈기자] 국내 주요그룹 총수일가들은 계열사간 순환출자와 그룹 소속 금융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지분 등을 이용,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보다 7배 가까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수 일가들이 실제 보유한 주식 지분율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간 차이가 30%포인트가 넘어, 5%가 안되는 지분을 가지고도 여전히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일가와 계열사 등을 포함한 내부지분율이 지난해보다 늘어 50% 수준을 넘어섰으며 여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에 대한 총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 총수 일가가 금융계열사들을 활용해 그룹내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5년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올 4월1일 기준으로 총자산이 2조원 이상이고 총수가 있는 3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지분은 4.94%, 내부지분율은 51.21%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4.61%와 49.09%에 비해 각각 0.33%포인트, 2.1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이는 총수가 직접 지분을 취득하기보다는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을 더 많이 활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총자산 6조원 이상이면서 총수가 있는 9개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의 경우에는 총수일가 지분이 4.64%, 내부지분율이 47.14%로 작년에 비해 각각 1.23%포인트, 0.88%포인트 증가했다. 실제 LS그룹의 동일인(총수) 지분은 0.1%이고 롯데가 0.2%, 삼성이 0.3%, 두산이 0.3%, 금호가 0.5%를 기록하고 있으며 동일인과 친족을 합친 총수일가 지분율에서는 삼성(0.8%) SK(1.5%) 현대(2.1%) 등이 낮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 835개 소속 계열사중 총수와 친인척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계열회사수도 502개로 전체 60.12%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비율은 지난해 61.71%보다 낮아졌지만, 계열사수는 482개보다 20개 늘어났다. 이와 함께 총수가 있는 자산 6조원 이상 14개 기업집단중 지주회사인 LG, GS와 신세계를 제외한 11개 기업집단은 계열회사간에 3단계 이상의 순환출자 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주력기업 대부분이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19.34%)→삼성생명(7.23%)→삼성전자(46.85%)→삼성카드(25.64%)→삼성에버랜드`, 현대차가 `현대차(38.67%)→기아차(18.19%)→현대모비스(14.59%)→현대차`, SK가 `SK(47.27%)→SKC(6.20%)→SK케미칼(2.39%)→SK`, 한진이 `한진(8.63%)→대한항공(2.86%)→한진중공업(2.57%)→한진` 등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금융보험사를 가지고 있는 23개 기업집단중 13개 집단소속 금융보험사 29개사가 78개 계열회사에 12.58%의 지분을 출자하고 있고 총출자금은 2조4307억원으로, 계열사 전체 출자분 41.69%중 30.17%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계열사의 출자금은 지난해 2조3615억원보다 692억원 늘어났고 금융보험사의 평균 지분율 역시 9.94%보다 2.64%포인트 높아졌다.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중에서는 GS를 제외한 8개 그룹이 금융보험사를 가지고 있고 이중 LG와 두산을 제외한 6개 그룹소속 12개 금융보험사가 30개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다. 삼성은 5개 금융계열사가 27개 계열사에 1조2756억원을 출자해 계열사 지분 16.40%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13개 그룹 78개 피출자회사의 34.61%, 전체 출자금(2조4307억원)의 52.47%에 해당하는 규모. 한편 기업과 그룹의 소유지배구조 왜곡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총수일가의 소유지분율과 의결지분율간 차이인 소유지배괴리도와 상대적 차이를 나타내는 의결권 승수는 올해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개선해야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지배 괴리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31.21%포인트, 출총집단이 35.24%포인트를 기록했고 의결권 승수 역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6.78배, 출총집단이 8.57배로 여전히 출총제 졸업기준인 25%와 3.0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다만 2004년과 올해 연속 지정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소유지배괴리도는 지난해 31.01%포인트에서 올해 30.94%포인트로, 의결권 승수는 7.60배에서 6.86배로 개선됐다. 출총집단도 괴리도는 37.20%포인트에서 35.41%포인트로, 의결권 승수는 11.14배에서 9.15배로 다소 개선됐다. 기업집단 내에서도 상장사에 비해 비상장사의 소유지배구조 왜곡 현상은 더욱 심각했다. 출총집단의 경우 상장사의 괴리도와 승수는 각각 27.55%포인트와 8.75배인 반면 비상장사는 59.98%포인트, 287.90배에 이르렀고, 상호출자집단에서도 상장사가 22.05%포인트, 7.10배인 반면 비상장사는 53.15%포인트, 137.41배에 이르렀다. 공정위 이병주 독점국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그룹사들의 소유지배구조 왜곡현상이 소폭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금융계열사 등을 통한 지배는 여전한 상태"라며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출자총액제한제 등 대기업집단정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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