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축 시장 2025년 6074억→2030년 최대 4조 전망 공기 단축·5060 세컨드하우스 수요에 B2B 활용처 확대 가전·HVAC·AI홈 한꺼번에…성숙기 가전업계 새 먹거리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집을 현장에서 ‘짓는’ 대신 공장에서 ‘제조’하는 모듈러 주택 시장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전통 가전 시장의 이익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가전업계는 주택을 가전과 인공지능(AI) 홈 솔루션을 묶어 판매할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 2일 CJ온스타일에서 진행한 ‘LG 스마트코티지’ 론칭 방송에는 1시간 동안 1000여건의 구매 상담이 접수됐다. 약 3초에 한 건꼴이다. 이는 국내 홈쇼핑이 모듈러 주택을 선보인 첫 사례다. 이후 5일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도 동시접속자가 5만명에 달하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유튜브에서도 모듈러 주택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소형·모듈러 주택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여러 전문 채널들이 구독자 20만명 안팎을 보유하고 활동 중이다. 유튜브 채널 ‘집대장’이 지난달 LG 스마트코티지 22평형을 소개한 영상은 조회수 250만회를 넘어섰다. 특히 은퇴 이후 전원생활이나 주말용 세컨드하우스를 고려하는 5060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직접 집을 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공사비 증액이나 품질 편차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과 사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대기업의 품질관리와 사후서비스(AS)에 대한 기대도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다.
수요처는 개인을 넘어 기업, 학교와 군시설 같은 공공건축물, 아파트 형태의 임대 주택 등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실제 LG전자는 2024년 SM엔터테인먼트의 강원도 연수원에 스마트코티지를 공급하기도 했다.
모듈러 주택은 벽·천장·바닥 등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생산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탈현장건설(OSC) 방식이다. 현장 중심이던 건설업에 제조업의 공장 생산 방식을 접목한 셈이다. 주요 부재의 70~80% 이상을 사전 제작할 수 있어 날씨와 현장 인력에 따른 변수를 줄이고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기업인 공간제작소와 협력해 ‘삼성 AI 모듈러 홈’을 출시했다. (사진=삼성전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주택 시장은 지난해 6074억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1조~4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모듈러 건축 시장이 지난해 1096억달러(156조 652억원)에서 2030년 1429억달러(203조 481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5.4%다.
가전업계 입장에서 모듈러 주택은 새로운 먹거리다. 주택이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사물인터넷(IoT), 에너지 관리 등을 패키지로 공급할 수 있어서다. 주택과 가전 모두 교체주기가 긴 만큼 입주 단계부터 자사 제품과 플랫폼을 탑재하면 고객을 장기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모듈러 주택을 바라보는 두 회사의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AI 가전·HVAC·스마트싱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새로운 홈 솔루션 ‘유통 채널’로 활용하고 있고, LG전자는 가전을 넘어 주거공간 자체를 제공하는 종합 주거 솔루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에 전시한 LG 스마트코티지 신제품 모습. 내부에는 AI 가전과 IoT 기기, 냉난방공조(HVAC) 기술을 집약한 풀옵션 사양이 적용돼 방문객들은 AI 홈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LG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목조 모듈러주택 전문업체 공간제작소와 ‘삼성 AI 모듈러 홈’을 출시했다. 주택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제작하는 과정에서 에어컨·히트펌프·냉장고·TV 등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연동 기기를 미리 설치한다. 평당 가격은 약 500만원 선에서 상위 모델 선택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향후 중층 건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LG전자는 주택 자체를 상품으로 판매한다. 주택과 가전을 함께 판매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22평·24평형을 추가해 원룸형부터 복층형까지 라인업을 8종으로 확대했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약 1억~3억9000만원이다. 모듈러 전문업체와 협업하되 디자인·설계부터 제작·설치·품질 검증까지 LG전자가 총괄한다. 특히 토지가 없는 고객에게는 토지 구매 상담을 연결하고 설치 예정지 현장 실사까지 지원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모듈러 주택은 건설 단계부터 빌트인 형식으로 가전을 함께 설치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가전 판매를 위한 창구가 된다”며 “기술이 고도화하고 건설 단가가 낮아진다면 모듈러주택 상용화는 시대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스마트코티지가 고객에게 배송되는 모습을 AI로 연출한 사진. (사진=LG스마트코티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