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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혐오`에 멍드는 老心…OTT 등장에 문화도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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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I 2025.09.05 06:00:00

■장기판 뺏긴 노인들
일상 공간 속 암묵적인 노인 배제 만연
"유튜브도 잘 모르는데"…노인 콘텐츠 부족
전문가 "노인의 고립·차별 막을 다양성 부족해"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김현재 수습기자] 우리 사회에 은근히 퍼지고 있는 ‘노인 혐오’ 문화에 노인들이 상처받고 있다. 유명한 카페는 물론 음식점에서도 노인 손님을 받지 않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면서다. 여기에 최근 OTT 위주로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대중문화에서도 소외를 받는다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생활 공간과 문화 콘텐츠에서 노인의 소외감과 무기력을 막을 문화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노시니어존 카페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4일 이데일리가 만난 65세 이상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노인이라서’ 거절된 경험을 토로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택시기사 남모(77)씨는 지난달 말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고등학교 동창들과 오랜만에 모였다. 식사를 마치고 더 대화할 곳을 찾던 남씨 일행은 카페로 향했지만 주인은 자리가 없다며 출입을 거부했다. 이들은 다른 카페도 방문했지만 연이어 자리를 잡지 못했다.

남씨는 “5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2개나 있었다”며 “손님을 가려서 받는 것은 사장의 자유이니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이제껏 이런 일은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 눈에는 우리가 시끄럽게 굴고 가게 분위기를 흐릴 것 같이 보여서 입장을 거부한 것 아니겠느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같은 날 구로구의 한 게이트볼장에서 만난 정모(73)씨도 암묵적인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이 꽤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4주 전쯤 친구 3명이랑 초저녁에 젊은 애들이 많이 가는 포차에 갔는데 직원이 우리 행색을 보더니 ‘재료가 떨어져서 영업이 끝났다’고 했다”며 “그러고서 40대쯤 되는 손님은 다시 안으로 들여보내서 당혹스럽고 허탈했다”고 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노시니어존’에 대해 경고를 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한 골프클럽의 ‘70세 이상은 회원 가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회칙에 대해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의거해 스포츠시설 이용에서 노인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노시니어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만큼 노인의 문화와 여가를 향유할 권리도 보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인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만큼 혼자서 즐길 거리도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이미자(84)씨는 “우리는 유튜브 그런 거를 할 줄 모른다”며 “TV나 틀어놓고 같이 보는데 요즘은 재미있는 게 없어서 잘 안 본다”고 했다. 이형우(79)씨는 “예전에는 조훈현 대 이창호 같은 큰 대국이 있으면 지상파 TV채널에서도 중계를 해줬는데, 요새는 바둑TV 채널을 찾기도 어렵고 헷갈린다”며 “TV에서 우리보다 어린 사람들 40~50대가 좋아할 프로그램만 나오는 것 같아 안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이 고립되지 않도록 이들과 다른 세대를 이을 연결고리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시니어존과 같은 보도를 접한 노인은 차별의 경험을 내재화하고, 본인 스스로 민폐를 줄 수 있다고 눈치를 보면서 젊은 층이 가는 공간을 피할 수 있다”며 “외국은 술집에 다양한 연령이 뒤섞여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세대 간 융합과 상생이 굉장히 약하다”고 진단했다. 또 “미디어에서 노인이 주로 주변인으로 다뤄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꽃보다 할배’처럼 노인이 등장해 다른 세대에 도움과 공감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이런 콘텐츠의 개발이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원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최근 OTT 등 스트리밍 미디어로 미디어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전통 미디어 분야의 콘텐츠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보 다양성이 오히려 감소하고 정보 편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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