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30일을 돌아보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달려온 시간”이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이 대통령은 열심히 일했다. 취임하자마자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30조 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피 지수는 보기 드문 상승세를 탔다. 지지율도 대선 득표율보다 10% 포인트 가량 웃도는 수준으로 올랐다. 그러나 집권 초 허니문 기간 중엔 늘 약간의 거품이 끼기 마련이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경제 분야 인선에서 이 대통령은 첫 발을 잘 내디뎠다. 내각과 대통령실의 경제팀에 인공지능(AI) 전문가를 대거 발탁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관료와 기업인을 적절히 배합한 것도 묘수다. 이 대통령은 현재 2%를 밑도는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을 현실로 만들려면 전 산업에 걸친 AI 혁신이 필수다.
그렇지만 AI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당장 대미 관세협상 벽을 넘어서야 한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관세 협상이 “쉽지 않다”며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까지 끝낼 수 있는지도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이번에도 관세 먹구름을 빨리 없애야 기업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이 자꾸 미뤄지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 우리와 달리 베트남은 2일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과 관세협상을 매듭지었다.
이 대통령은 향후 최우선 과제로 ‘다시 성장·도약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을 제시했다. 성장·도약을 위해서는 노동·규제 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게 급선무다. 동시에 기득권의 반발도 극복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 소회를 밝히면서 “성과라고 하긴 그렇지만 좀 괜찮다 싶은 점은 주식시장”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좌우하는 변수는 결국 기업 실적이다. 대만 집권 민진당은 진보정당이지만 경제에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최강자 TSMC 등 기업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정책으로 경제를 살렸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대만 사례를 본보기로 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