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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정부와 여당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한 협의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정 협의회의 핵심 목표는 ‘나눠먹기’와 ‘뿌려주기’ 형태의 R&D 사업을 재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계는 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국가 R&D 예산의 삭감은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산의 비효율적 집행 요소는 제거되어야 하지만,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한 분야에는 대담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동의합니다. 국가 R&D 예산을 조정할 때에는 ‘규모’뿐만 아니라 ‘쓰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를 줄이겠다’는 감축 목표에 따라 일괄적인 삭감을 진행하는 것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우주 등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해치는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과 같이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분야의 연구개발이 더디게 진행될 우려도 있습니다.
최근 당정 협의회에서는 어떤 분야의 예산을 축소해야 할 지 여러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나눠먹기’ 사례, ‘뿌려주기’ 사례, R&D 브로커, 국가출연연구소의 지방출장 사무소 비효율 운영, 정부 R&D의 경쟁률 저하 등이 언급됐습니다.
이번 기회에는 ‘정부 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부처 간 R&D 과제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등 체계 개선에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 R&D 체계의 큰 손인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개혁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출연연은 과거 국가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해왔으나 민간의 R&D 역량이 커지면서 그 역할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CDMA 신화를 이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조차도 예전만큼의 위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이나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중복된 연구 과제를 피하고 출연연 간 융합연구를 촉진하는 등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와같이 국가 R&D 예산 조정은 규모뿐만이 아니라 예산의 과감한 재구성을 통해 효율적인 운용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설명과 기획재정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상황을 고려하되 국가 R&D 예산 삭감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계와 미래 세대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