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한번 ‘퇴짜’를 맞았던 내쉬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의 재수출에 성공하면서 내쉬 치료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미국의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퇴짜’를 맞은 신약 후보물질을 또 다른 미국 제약사 MSD에 1조원대 규모로 재수출했다.
내쉬는 음주 이외의 요인으로 생긴 지방간이다. 지방간은 지방이 간 전체 무게의 5%를 초과한 상태다. 흔히 과다한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쉬는 술을 먹지 않는 사람에게도 생긴다. 간에 염증이 발생하고 딱딱해져 간 기능이 손상되며 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문제는 내쉬를 일으키는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뇨, 비만 등 대사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미 FDA에서 허가 받은 치료제도 없다. 특히 간은 문제가 생겨도 별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생활 등으로 환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2만8368명에서 2019년 9만9616명으로 5년새 무려 251.2%(3.5배) 늘어났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미국의 내쉬 환자 수를 전체 인구의 12% 수준인 3000만명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CS투자은행은 2030년 전 세계 내쉬치료제 시장을 200억달러(23조8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24조원 시장이 무주공산인 셈이다. 신약으로 허가를 받으면 그 즉시 ‘블록버스터’(단일제품 연 매출 1조원) 자리에 등극할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의 내쉬 치료제 개발 열기도 뜨겁다. 국내 1위 제약회사 유한양행(000100)은 현재 2건의 내쉬 치료제 후보물질을 미국의 길리어드와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해 임상이 진행 중이다. 두 물질은 서로 다른 물질로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한 물질은 바이오의약품이며 길리어드에 이전한 물질은 화학합성 의약품이다. 두 물질 중 임상이 앞서 있는 것은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한 물질로 최근 독성시험이 끝나 연내 해외에서 임상1상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일동제약 역시 비임상단계에서 내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일동제약(249420)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에 임상 1상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독일의 신약개발회사 에보텍과 손을 잡고 비임상 독성연구, 임상연구용 약물 제조, 관련 데이터 확보 등에 나섰다.
삼일제약(000520) 역시 내쉬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2016년 7월 이스라엘 제약회사 ‘갈메드’로부터 후보물질 ‘아람콜’을 도입해 공동 개발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임상을 위한 식약처 허가를 받아 환자 모집 중이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3상 완료 시험은 2022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바이오벤처 엔지켐생명과학(183490) 역시 녹용에서 유래한 면역조절기능을 하는 신약 후보물질 ‘EC-18’로 내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