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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해당 계엄령 문건에 관여한 이들이 구체적으로 실행을 합의하고 행위까지 나아간다는 확정적 합의를 이뤘을 때는 내란음모죄가 성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 문건의 취지·정황·실행가능성에 따라 ‘친위쿠데타’로 결론이 나면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지난 2017년 3월 탄핵정국 당시 박근혜 정부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 관련 자료를 20일 추가 공개했다. 계엄령 대비계획과 관련한 세부자료는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 총 67페이지로 작성돼 있다. 언론사 국회뿐만 아니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 집회·시위가 가능한 광장에 군 병력, 장갑차 투입 관련 내용까지 대거 포함됐다.
내용은 자세하다.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보안유지 하에 신속한 계엄선포, 계엄군의 주요 ‘목(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여부가 계엄성공의 관건”이라고 적시돼 있다. 육사, 비육사 등 군 내부 정치관계를 계산해 통상의 계엄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판단의 요소와 검토 결과까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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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선상은 아니지만 내란선동으로 징역 9년(내란음모 무죄)을 선고받은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사건을 비교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5년 1월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및 선동 사건에서 “내란음모가 유죄가 되려면 적어도 공격 대상과 목표가 설정돼 있고 실행계획에서도 주요 사항의 윤곽 정도는 공통적으로 인식할 정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구체적인 계엄군 투입계획은 물론 구체적인 언론·국회통제 방안, 통상적인 계엄 매뉴얼을 벗어난 계엄사령관 인선계획 등을 고려할 때 내란음모의 구체적 실행계획을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특별수사단의 의지와 판단이다. 향후 군 특별수사단은 문건이 누구의 지시로 시작됐지, 어떤 절차를 통해 만들어졌는지, 실제 실행가능성은 어떠했는지 등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이들의 실체가 드러나면 내란음모 내지 군사반란음모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