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늘린다더니..1조원대 청년·中企 지원사업 첫발도 안 떼(재종합)

최훈길 기자I 2018.03.14 09:30:45

1월 중앙부처 429개 사업 집행률 보니
고용부 사회적기업 0%, 中企지원 0.3%
중기부 중기·중견·지역산업 지원 0%
3만 일자리 약속 농림부, 최하위 집행률
본 예산도 안 쓰고 기재부 "추경 검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만약에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식으로 최종 결정이 나면 편성 시기는 가능한 당겼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사진=기획재정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청년·중소기업 지원 예산을 사업별로 많게는 수천억원 이상 편성해 놓고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집행률이 저조한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까지 검토하고 나서, 나라 곳간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림부·중기부·고용부 집행률 0% 수두룩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부처 429개 주요 단위사업(개별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올해 1월 사업별 예산·기금 집행률을 집계한 결과 연간 계획(235조6129억원) 대비 집행률은 9.2%(21조7208억원)로 나타났다. 중앙부처 중에서는 보건복지부(17.2%)·과학기술정보통신부(14.5%), 산업통상자원부(13.7%)의 집행률이 높았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가 1.9%로 가장 낮았다. 이어 방위사업청(2.4%), 국방부(2.5%), 농촌진흥청(2.7%), 국토교통부(5.5%), 문화체육관광부(5.7%), 환경부(7.6%), 외교부(7.9%), 경찰청(9.2%)이 평균 이하 집행률을 보였다.

사업별로는 일부 일자리 예산의 집행률이 바닥 수준이었다. 이데일리가 찾은 집행률 0%대인 단위사업 예산만 1조원이 넘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육성(0%) △중소기업능력개발지원(0.3%) △청년내일채움공제(일반회계 기준·2%) 사업의 집행률이 낮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경쟁력강화 △중소기업해외시장개척지원 △중견기업역량강화(R&D) △지역산업경쟁력강화 △산학연협력기술개발 △모태조합출자 예산 모두 집행률이 0%였다.

특히 농식품부 대부분의 사업의 예산 집행률이 저조했다. 기재부가 분류한 농식품부의 단위사업 27개 중 17개 사업의 집행률이 0%였다. 10개 단위사업 중 6개의 예산이 1원도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산지유통활성화, 가축방역, 재해예방, 대단위농업개발 등 농민·소비자 관련 사업 집행률이 지지부진했다. 앞서 김영록 장관은 지난 1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업무보고에서 올해 일자리 3만3000개 창출을 약속했다. 김 장관이 6.13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장관직을 사퇴하면 업무 공백은 커질 전망이다.

이들 부처들은 지난 해에도 예산 집행이 신통치 않았다. 평균 미달인 집행률 하위 10개 부처에 농식품부, 국방부, 농진청, 고용부, 문체부, 환경부가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재작년에 예산 집행률이 중앙부처 중에서 꼴찌였다. 이 결과 지난해에만 예산 집행을 안 한 불용액(예산현액-총세출액-이월액)이 7조1401억원에 달했다. 대국민 공공서비스 등에 쓰여야 할 예산이 제때 집행이 안 된 것이다.

◇“추경 편성 앞서 본예산 집행부터 잘해야”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예산 집행에 시간이 걸려 일부 사업의 올해 집행률이 낮았다고 해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부·농식품부 등 각 부처의 사업별 특성이 있는 데다 중기부는 제도개선 과정 중이어서 집행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매월·분기·상반기별로 집행률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집행률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누적된 농특회계(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재원부족 이월 때문”이라며 “규정상 1월 자금집행은 전년도 자금부족 이월사업을 우선 집행하도록 되어 있다. 기재부의 집행률 실적에는 이월사업 집행 실적이 반영되지 않아 농식품부의 집행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이어 “축사시설현대화사업, 농지은행, 재해예방 등의 사업들이 사업계획 수립 지연 등으로 예산 집행이 되지 않았다”며 “1분기까지는 정상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청년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추경(추가경정예산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추가적인 재정투입을 시사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만약에 추경을 편성하는 식으로 최종 결정이 나면 편성 시기는 가능한 당겼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주재 일자리 보고대회가 열리는) 모레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본예산 집행, 불용 문제부터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참여연대 전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전체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불용 예산으로 처리할수록 정말 중요한 사업의 예산이 줄거나 사라지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재부는 세밀한 예산 기획·조정·편성을 하고 국회는 철저히 결산을 해 불용예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 세금을 퍼주는 정치적 추경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요 사업의 예산·기금 집행률이 0%를 기록했다. 모태조합출자(예산 2000억원·집행률 0%)를 비롯해 이데일리가 찾은 집행률 0%대인 단위사업 예산만 1조원(위 표 기준)이 넘는다. 이는 중앙부처의 주요 관리대상사업 중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단위사업(492개)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출처=기획재정부 월간 재정동향 3월호,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1월 중앙부처 예산·기금 집행률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출처=기획재정부 월간 재정동향 3월호,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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