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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5일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내려보내며 평창 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때 폐막식에만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온 것과 달리 이번 올림픽에는 개폐막식에 모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확실한 평화의 손짓을 보냈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한의 방남 조율 과정에서 남북 간 이해와 협조를 통해 상호 신뢰가 제고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이른바 ‘백두혈통’이라고 불리는 김씨 가문 일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보내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막판 무산되긴 했지만, 미국 측과의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거듭 제안했던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무시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창을 계기로 남북 교류의 물꼬가 확실히 열렸다는 평가가 많다. 판문점 통신선과 서해 군 통신선이 복원되는 등 남북이 유사시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창구도 부활했다.
북한으로서는 남남갈등과 한미 공조 균열이라는 이득도 부수적으로 챙겼다.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부위원장을 폐막식 참가 고위급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파견해오면서 남남 갈등이 현실화됐다.
자유한국당 의원과 지지 단체 등은 25일 오전 통일대교 앞을 점거하면서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막아섰다.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북한 대표단은 우회로를 거쳤다.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과 관련된 우리측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앞서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단일팀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남남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무리한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야권의 공세 속에 한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감하기도 했다.
아울러 추후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전략적 위치도 선점했다. 북한은 평창 올림픽 폐막 이후 진행될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평창 올림픽 기간 유예된 한미 군사 훈련이 재개될 시점에 훈련 기간이나 방식 등을 놓고 양국이 이견을 보이도록 유도해놓은 셈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 및 단일팀 구성 논란 등에 대해 “준비 과정에서 국민소통과 공감 노력이 다소 미흡했던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