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고 부사장은 한 가지 사항을 보고했다. 내용은 그동안 검토해오던 `IB사업부 신설`을 승인해달라는 것이었다. 고원종 부사장은 "현재의 조직규모로는 IB사업 확대는커녕 제대로 운영조차 할 수 없다"며 "IB사업을 키울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 달라"고 직언했다.
당시 동부증권은 종합금융본부 내에 IB 관련 4개 팀만을 두고 있었을 뿐, 별도의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지 않던 터였다. 결정권자였던 김호중 사장은 며칠을 고심했고, 한 달 여뒤 전격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리고 IB사업부가 태동했다.
새로 탄생한 IB사업부는 3개 본부, 5개 팀으로 꾸려졌다. 인력도 외부에서 대거 끌어모았다. 당시 23명이었던 조직원 수는 차츰 차츰 늘어나 현재 60명 가까이 불어난 상태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어드바이저리(Advisory)팀` 신설이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팀의 주 업무는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스팩(SPAC) ▲PEF 설립이다. IB와 관련한 모든 업무가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되는 셈이다. 쉽게 설명해 `IB 편의점`이라고 보면 된다.
대다수의 증권사가 IB 업무를 나눠 운영하는 걸 감안하면, 꽤 파격적인 조치였다.
임창윤 동부증권 IB사업부 이사(어드바이저리팀 팀장)는 "(어드바이저리팀은)영어로 된 수학문제도 막힘없이 풀어주는 팀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어떤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대상기업을 이른바 `미들마켓(Middle Market, 중소형)`으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매출은 500억~1500억원, 이익은 50억~200억원 규모의 중소형 업체로 한정,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이처럼 대상을 추려낸 건 대형 딜(Deal)과 소형 딜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내 IB시장의 현 상황을 고려한 나름의 `고육지책`이다.
임 이사는 "대형 딜은 국내 몇몇 대형 증권사가 도맡고 있어 현실적으로 따내는 게 쉽지 않다"면서 "소형 딜 역시 회계법인이나 부띠크 등이 맡는 경우가 많아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어드바이저리팀은 초기 세팅 단계를 지나 본궤도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인력 풀(Pooll)이나 조직 운영면에서 그렇다. 최근까지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등 유능한 인재를 대거 영입한 상태다.
동부증권(016610)은 올해 이 부문에서 5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부턴 100억원대의 안정적인 이익 실현을 계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기 실적에 너무 연연할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확실한 고객사를 늘리는데 사업의 우선순위를 둘 방침이다.
특히, 전통적인 IB나 단순 M&A를 넘어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사업영역을 더 확대,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어드바이저리팀을 `작지만 강한 IB사업부`, `미들마켓 IB 최강자`로 키운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