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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정책의 키워드는 균형과 분배였다. 부자보다는 서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부자들에게 종부세를 때리고,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지 않았다. 이를 통해서 서민층의 가난을 구제해 주고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기대에 어긋났다. 부자들에게 종부세를 거두니 부유층의 소비가 억제됐고, 이는 서민들의 가난이 악화되는 결과만 낳았다. 대기업은 규제를 피해 투자를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대기업을 매출처로 하는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을 악화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노무현 정권의 균형과 분배 정책은 징벌적 성격의 종부세로 대표되는데 이는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부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준다는 취지는 부자들의 소비를 억제하는 역효과만 낳아 부자와 서민 모두 루즈-루즈(lose-lose)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측면에서도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가 어려웠다"며 "기업이 투자를 꺼린 결과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결국 지난 5년간 세계 평균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보이고 말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분배에 치우친 나머지 성장에는 실패하고 말았고, 이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이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 키워드는 성장을 통한 분배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되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 이루겠다는 것.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는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성장과 분배의 동시균형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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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은 성장과 분배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신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성장동력 확충은 기업 투명성 제고를 전제로 하는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얻어질 수 있을 것이고, 사회 양극화 해소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 시스템의 유지 및 보수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매우 크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 성장도 분배도 하지 못했던 지난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올해 국내외 경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만큼의 고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높은 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분배를 이루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의 CEO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