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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국경 없는 바다' 다시 함께 달린 韓·中[씨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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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렬 기자I 2026.10.24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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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서해 한복판에는 이름부터 묘한 바다가 하나 있다. 바로 ‘한·중 잠정조치수역’이다.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에서 양국이 명확한 바다의 국경선을 긋지 못하자, 2001년 어업협정을 맺으며 ‘일단 여기서는 상호 허가 없이 자유롭게 조업하자’며 만들어둔 일종의 완충 지대다.

해군이 합동해상기동훈련 실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해군이 합동해상기동훈련 실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 바다의 가장 큰 특징은 단속 권한에 있어 ‘기국주의(旗國主義)’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한국 어선은 한국이, 중국 어선은 중국이 각자 단속한다는 룰이다. 서로 남의 나라 배는 건드리지 말자는 신사협정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통제가 느슨한 틈을 타 중국 어선들이 마구잡이로 고기를 잡거나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금지 어구를 사용하는 등 불법조업의 온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양국은 각국의 지도단속선이 함께 바다를 돌며 어선의 조업 실태를 감시하는 ‘한·중 공동순시’를 시작했다. 양국의 배가 나란히 순찰하는 것만으로도 얌체 불법조업을 일삼던 어선들에게는 큰 압박이 됐다.

하지만 매년 순조롭게 이어지던 이 동행은 2022년을 마지막으로 2023년부터 돌연 멈춰 섰다. 정부가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순시 항로에 대한 양국 간의 이견이었다.

그 이면에는 서해를 둘러싼 팽팽한 긴장감이 깔려 있었다. 특히 이 시기 중국이 잠정조치수역 내에 폐시추선을 개조한 거대 구조물이나 대형 심해 양식장(선란호) 등을 무단으로 설치하며 영유권 ‘알박기’를 시도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순시 항로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자국의 해양 권익을 한 뼘이라도 더 주장하려는 샅바 싸움이 벌어지며 공동순시가 중단된 것이다.

사진=해양수산부
사진=해양수산부
어색한 침묵이 흐른 지 4년. 제25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와 2026년 지도·단속 실무회의를 거치며 양국은 마침내 공동순시 재개에 합의했다.

지난 9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42호’와 중국 해경국 북해분국 소속 ‘6501함’이 서해상에서 조우했다. 16일까지 무려 8일간 이어진 이번 동행에서 양국은 잠정조치수역 구석구석을 함께 누볐다. 49척의 중국 저인망어선과 26척의 자망어선 등 총 123척에 달하는 중국 어선들의 어업 허가 유무와 불법 어구 사용 여부를 꼼꼼히 살피고, 이 중 3척에 대해서는 양국 단속 요원들이 함께 배에 오르는 승선 조사까지 마쳤다.

이번 공동순시는 단순히 불법 어선 몇 척을 점검했다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장의 어업인들에게 양국의 불법조업 공동 대응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어 조업규칙 준수를 유도하고, 양국 단속 공무원들이 서로의 조사 방식을 이해하며 현장 협력 경험을 쌓아 더욱 효과적인 대응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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