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해저터널 인근의 ‘마라도횟집’은 수십년 업력을 기반으로 백년가게로 선정된 지역 맛집이었다. 하지만 2015년 통영에 있는 신아조선소가 폐업한 이후 지역의 인구 감소는 급격히 빨라졌고 음식점 업황도 흔들렸다. 그나마 마라도횟집을 필두로 인근 횟집거리가 명맥을 유지할 뿐이었다. 하지만 2023년께 지자체가 횟집거리 인근 도로 확장 공사를 하자 도로 주변의 횟집거리 가게들도 문을 줄지어 닫았다. 마라도횟집도 수십 년의 업력과 ‘백년가게’ 명성을 뒤로하고 2023년 7월 폐업했다.
통영 해저터널 인근에서 부동산을 14년째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사실 도로 공사가 있기 전부터 이미 상권은 죽고 있었다. 어떤 업종이든 거의 장사가 안 돼 죽을 지경이다”며 “조선소가 있을 때만 해도 경기가 좋고 활기찼다. 하지만 조선소가 없어지며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실이 많을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게들도 부동산에 내놓은 곳들이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계 터줏대감으로 여겨지는 ‘백년소상공인’(백년가게·백년소공인)이 흔들리고 있다. 지역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 등으로 수십년간 굳건하게 영업을 영위한 소상공인 중에도 폐업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18일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휴·폐업으로 백년소상공인 지정이 해제된 곳은 백년가게 23곳, 백년소공인 18곳 등 총 41곳이었다.
2018년 백년소상공인 제도가 처음 시작한 이후 3년 간은 휴·폐업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1년 이후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남 창원에서 55년간 업을 유지해오던 ‘봉래식당’, 서울 명동에서 한국전쟁 직후 3대를 이어온 냄비 찌개 맛집 ‘금강보글보글섞어찌개’ 등의 백년가게가 문을 닫았다. 2021년 4건(백년가게 3건·백년소공인 1건), 2022년 8건(백년가게 8건·백년소공인 0건), 2023년 17건(백년가게 5건·백년소공인 12건), 2024년 6건(백년가게 6건·백년소공인 0건), 2025년 6건(백년가게 1건·백년소공인 5건) 등 매년 백년소상공인들의 휴·폐업은 이어지고 있다.
백년소상공인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진된 것으로 창업 이후 ‘100년’ 간 명목을 유지하도록 가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 의지와 관심이 줄어들며 관련 예산 또한 급감했다. 2022년 76억 9500만원까지 확대됐던 예산은 2024년 연간 4억 27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당시에는 백년소상공인 신규 지정도 중단됐다. 올해 예산은 약 14억 7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억원가량 증가했지만 신규 소상공인 발굴, ‘백년소상공인’ 브랜드 홍보만 가능한 수준이다. 시설개선·판로지원 등 부차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게 중기부 관계자 설명이다.
지원과 별개로 백년소상공인 지정 업체 중 폐업사례가 나온다는 것 자체를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소상공인 업계에서 나온다. 기본적으로 소상공인 중 안정적으로 영업을 영위하고 있고 자신만의 특색이 있는 곳이 백년소상공인 대상이 된다. 백년가게는 30년, 백년소공인은 10년 이상 업력을 유지해야 지원 자격에 부합한다. 향후 경영안정성도 보장돼야 한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되고 사업 전망성이 좋았던 가게가 문을 닫았다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인식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좋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가게들을 백년가게(및 백년소공인)로 지정한 것이다. 그분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건 건수가 적다고 쉽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별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기보다는 백년가게를 중심으로 상가나 거리 전체를 개선하는 구조가 유효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통계를 살펴봐도 국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업황은 날로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개인과 법인을 합쳐 폐업한 사업자 수는 총 100만 8282명으로 집계됐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폐업자 수가 100만명이 넘은건 2024년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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