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철강, 석화처럼 생존위기 직면…“체질개선 서둘러야”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성진 기자I 2025.10.09 16:19:30

EU 철강 수입 관세 50%로 상향
EU·美 동반 규제에 업계 초비상
“선제적 구조조정·스페셜티 개발 필요”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수입철강 품목 관세를 높이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 산업의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 공세와 세계 각국의 관세장벽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고품질 철강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7일(현지시간)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입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새로운 제도에 따르면 EU가 수입하는 수입 철강제품의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50%로 상승하고, 세이프가드 총량은 1830만톤(t)으로 제한된다. 이는 전년 3053만t 대비 47%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에 이어 EU도 철강 관세를 대폭 올리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앞서 미국은 지난 6월 철강·알루미늄 제품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전격 인상키로 한 바 있다. 이미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줄어드는 마당에 수출길까지 좁아지게 됐다.

지난 8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있는 모습.(사진=뉴스1.)
EU와 미국은 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의 주요 수출국이라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EU향 철강 수출 금액은 44억8000만달러(13.5%)로, 우리나라의 철강 업체들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집계됐다.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은 총 43억5000만달러(13.1%)를 수입한 미국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은 미국의 관세 폭탄이 영향이 본격화하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5월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8월까지 4개월 연속 역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성장 전략이 한계를 맞았다고 진단하고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철강업체 출신 한 전직 임원은 “고로 설비를 선제적으로 대폭 줄이고 스페셜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정부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해 2026년부터 8100억원 규모의 실증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EU가 내년부터 수입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저탄소 제품 개발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석유화학 산업처럼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이 생산국으로 변모하며 현재 벼랑 끝에 놓인 상태다. 주요 기업들은 자율협약을 맺고 사업재편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좀체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누가 총대를 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오는 EU의 철강 관세 인상과 관련해 오는 10일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열어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EU가 국가별 쿼터 물량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라 양자 협의 등을 통해 최대한 이익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석유화학 구조조정 시급

- 전기료 빠진 석화특별법에…업계 “구조적 한계 명확” -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및 지원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 [기자수첩]철강·석화 전기료 인하…타이밍 놓치지 말아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