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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공공기관과 정부의 동일한 정책지향성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집행하는 업무가 많으므로 기관장이 정부와 생각이 다르면 충돌이 발생한다.
셋째, 기관장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3년 임기의 기관장이 업무 파악에 반년을 소모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또 갓 배운 전문성으로는 변화를 추구하기도 어렵다. 이때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경우라도 기업·기관 경영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넓은 이해 역시 전문성으로 인정된다. 전문성보다는 정치경력 덕에 임명된 기관장은 공공부문의 성과를 저해한다.
정치경력 덕에 임명된 기관장의 경우에는 대체로 정책지향성이 현 정부와 다를 것이며 전문성도 약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당 공공기관과 정부 전체의 성과를 위해서 말이다. 단, 정치경력으로 임명됐다고 하더라도 전문성이 있고 정책지향성을 현 정부에 맞출 용의가 있다면 임기를 보장해도 좋다. 그러자면 기관장이 정치적으로 전향한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한편 정치경력과 무관하게 전문성에 의해 임명된 기관장의 경우에는 정책지향성이 문제가 된다. 기관장이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결을 맞추기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사퇴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따를 의향이 있는 경우에는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좋다. 그 의향은 업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인될 것이며 정치경력으로 임명된 경우와는 달리 정치적 전향선언은 불필요하다.
공공기관의 2인자인 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감사는 정치경력에 의해 임명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관장과는 달리 현 정부와의 동질성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감사는 기관장 등 경영진 견제가 역할이므로 전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는 오히려 전체 공공부문의 성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 감사가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경우에도 새로 임명할 감사의 전문성이 더 낫다는 보장도 없다. 비상임이사도 마찬가지로 경영진 견제가 역할이므로 정부교체와 무관하게 임기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 한편, 상임이사는 기관 내 승진임명이 대부분이며 기관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상임이사 임명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 관례가 현 정부에서는 중단됐으면 한다.
자진 사퇴가 바람직한 기관장 유형은 두 가지다. 정치경력 덕에 임명됐으며 전문성이 없거나 전문성이 있어도 정치적 전향을 하지 않은 경우, 전문성에 의해 임명됐으나 기관장이 스스로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그러나 사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과거에는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으나 앞으로는 공식적인 평가를 거치는 것이 좋겠다. 공공기관 평가 시 해임건의 대상인 D, E 등급 부여를 더 과감하게 하길 권한다. 반면 감사나 비상임이사는 임기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본적 제도보완도 필요하다. 기관장 임기를 2.5년으로 단축해 5년 대통령 임기와 맞추고 다음 대통령 취임 후 6개월 이내에 기관장 임기가 끝나도록 부칙에 규정하는 법 개정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