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1월 1일 러시아 가스벨브 잠근다…천연가스 가격 오르나

정다슬 기자I 2024.12.29 15:01:01

전쟁전 맺은 운송 계약, 12월 31일부로 종료
유럽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 줄었지만 일부 국가는 주요 에너지원
다양한 대안 나오지면 협상 시간 역부족
운송 계약 종료시 우크라 파이프 공격대상 가능성 커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월 11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우크라이나가 내년 1월 1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송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유럽은 물론 글로벌 천연가스 상승압력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유럽연합(EU)의 분열을 가져오고 향후 있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평화협상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우크라 파이프 통한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 ‘코앞’

우크라이나는 오는 31일로 종료되는 운송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2025년 1월 1일 오전 7시(한국시간 1월 1일 오후 2시) 러시아산 가스 운송을 정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해서 흘러가는 러시아산 가스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결국 전쟁자금으로 쓴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판매로 약 50억달러(1000입방미터당 339달러 기준)을 벌었다고 추산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19년 말 2020년부터 연간 평균 450억입방미터 규모의 가스를 우크라이나에 부설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5년간 수송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전쟁 이후에도 이 계약은 지속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에 공급해왔으며 그 대가로 연간 8억~10억달러(1조 1799억~1조 4749억원)의 통과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계약갱신 시점이 되면서 이같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유럽 천연가스 지표로 여겨지는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2025년 1월) 추이
물론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프랑스와 독일 등 다수의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율을 크게 떨어뜨렸다. 한때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점유율은 40%에 달했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3년 러시아는 약 150억입방미터(bcm)의 가스를 우크라이나를 통해 보냈으며 이는 2018~2019년 유럽으로 공급한 러시아산 가스의 8%에 불과했다. 그 자리를 메운 곳은 노르웨이, 미국, 카타르 등이다.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훨씬 더 줄이려는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시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가스 운송 계약이 종료된다는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했다며 계약 종료가 유럽 가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 가스 가격은 올해 48% 상승했으며, 추운 날씨와 함께 풍력 발전소의 전력발전량이 줄어들면서 가스 비축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을 받고 있는 국가들의 입장은가스 공급 중단 위기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으로부터 매년 30억입방미터의 가스를 받고 있는 슬로바키아는 “러시아 가스 운송이 중단될 경우 EU는 2년동안 추가로 1200억유로(184조674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러시아 천연가스 운송을 중단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결정이며 이는 EU가 부담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보복으로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전체를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U는 내년 2월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를 한층 더 떨어뜨리기 위한 계획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하라다 다이스케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기획과장은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재 강화에 대한 보복으로서 러시아가 공급 중단을 연출해 글로벌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오스트리아와 같은 파이프로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국가뿐만 아니라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도 러시아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있다.

유럽발 가스 공급 감소가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압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2022년 러시아가 노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이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280유로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10배 이상 상승했고, 유럽의 가스 수요 증가로 아시아 현물 LNG 가격도 동반 상승해 2021년 대비 2022년 평균가격은 5배 올랐다.

◇슬로바키아 “우크라 전력 위기 시 필요전력 공급 중단”

슬로바키아와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러시아산 가스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슬로바키아의 가스산업 주식회사(SPP)가 아제르바이잔 가스를 공급받는 방안, 이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인 소카르(SOCAR)가 러시아산 가스를 받아 이를 전달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러시아산 가스 소유권을 국경지점에서 유럽 구매자들이 넘겨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는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 구매자가 소유한 가스를 운송할 의무를 지게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같은 접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가스프롬의 장기 계약 때문에 단시간 해결이 어렵다고 밝혔다. SOCAR 고위 소식통은 EU와 우크라이나와의 요청에 따라 거의 1년 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에너지 회사간 협상을 중재해왔지만, 협상은 실패로 끝났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피초 총리에게 러시아 가스 운송이 종료될 경우, 슬로바키아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에 대해 보상할 의향이 있다고 제안했다. 또 EU집행위의 요청이 있을 경우, 러시아산이 아닌 다른 연료를 운송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지만 슬로바키아는 거절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산 가스 운송 중단이 EU 내 갈등으로도 이어져 향후 있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초 총리는 27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가스를 운송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이 중단될 경우, 필요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하는 가운데서도 안전했던 우크라이나 가스 파이프가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크라이나에게는 위험요소다.

한편, 가스프롬은 몰도바가 부채를 갚지 않았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가스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몰보다가 7억 900만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몰도바는 러시아에 대한 부채로 860만달러를 책정했다. 러시아는 매년 몰도바에 약 2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공급하는데 이 가스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친러 분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의 발전소로 공급된다. 러시아의 수출 중단 선언에 따라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모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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