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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스라엘 압박 강화…네타냐후 총리 교체 촉구

이소현 기자I 2024.03.15 09:53:15

미 여당 원내지도부 이례적 ''내정간섭'' 발언
"이스라엘인 대다수 변화 인식…빨리 총선 실시"
공화당 "해임 요구 이상…전례 없는 일" 비판
바이든 지지층 표심 이탈 막으려는 전략인듯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례적으로 미국 여당 원내지도부가 동맹국의 내정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까지 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친이스라엘 정책 기조에 대한 지지층의 표심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사진=AFP)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 회의에서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능한 한 빨리 총선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매우 많은 이스라엘인이 정부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며 “이 중대한 시점에 나는 새로운 선거가 이스라엘의 건전하고 개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를 파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민간인 사상자를 막으려는 조처를 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총선이 치러지면 집권당이 참패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사임하면 기소될 수 있어 총리직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유대인인 슈머 원내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우선시하며 길을 잃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극우 극단주의자들과 연합을 이룬 이스라엘 현 정부가 전쟁 수행 과정에서 가자지구 민간인의 과도한 희생을 유발함으로써 세계에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외톨이가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슈머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았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발언할 권리를 존중한다”며 정부가 발언 자제를 촉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2023년 10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환영을 받고 있다.(사진=로이터)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부와 여당의 강경 기조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 속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친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하며, 미국 내 아랍인들과 젊은 층 사이에서 표심을 잃고 있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이에 최근 과도한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에 문제를 제기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조하라며 이스라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이러한 이스라엘 압박에 즉각 반발하며 각을 세웠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슈머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스라엘 지도자의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며, 민주주의를 이런 식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도 반박했다. 이스라엘 집권당인 리쿠드당은 “슈머 원내대표의 말과 달리 이스라엘 국민은 하마스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지지한다”며 “슈머 원내대표는 이스라엘의 선출된 정부를 존중해야 하며, 전시에는 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네타냐후의 정책은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행정부의 이례적인 내정간섭은 그만큼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든 그레이 전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는 “네타냐후 총리의 방식에 대한 불만과 인도주의적 재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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