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체는 김 위원장이 “공화국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되는 역사적인 중요 전략무기 시험 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어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며 그가 딸과 함께 ICBM 발사 장면을 참관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딸은 하얀색 패딩을 입었고, 한눈에 봐도 김 위원장 부부를 쏙 빼닮았다.
정보 당국 및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 여사는 2010년과 2013년, 2017년 자녀를 출산했다. 첫째가 아들, 둘째가 이번에 공개된 딸 ‘김주애’로 추정된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2013년 북한을 방문해 “나는 그들(김 위원장 부부)의 아기인 주애(Ju-ae)를 안았고, 부인 리설주(Ms Ri)와도 대화를 나눴다. 그(김 위원장)는 딸에게 좋은 아빠였고 아름다운 가족이었다”고 밝혀 아이의 존재와 이름이 처음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딸을 공개한 배경에는 ICBM 발사 성공에 대한 자신감과 성과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분석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정세 하에서 최고지도자 일가가 국력 강화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가족의 시험발사 현장 참여가 ICBM 개발 및 운용에 참여하는 국방과학자, 전투원들에 대한 사기 진작, 격려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 객원 연구원을 인용해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며 “딸을 저런 방식으로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특정 수준의 평온함이 있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사망 1년 전 공개된 김정은과 대비
일각에서는 이날 공개된 딸이 향후 권력의 중심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번 ICBM 발사 현장에 나타난 딸이 향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당 중앙’의 핵심으로서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딸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느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일이 그의 장남이나 차남을 제치고 자신의 성격을 가장 빼닮은 삼남 김정은을 매우 이른 시기에 후계자로 선택한 것처럼, 김정은도 자신을 가장 빼닮은 딸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며 향후 김 위원장이 중요한 현지지도에 딸과 자주 동행하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역대 최고지도자는 모두 ‘남성’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김 위원장은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속성을 잘 알기 때문에 후계자의 조기 등판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딸을 공개한 것은 (딸이) 후계자가 아님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경우에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2011년 12월)하기 1년 전 즈음인 2010년 9월에서야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처음 모습이 공개됐다. 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지니는 북한 체제 특성상 자녀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할 경우 납치, 암살의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권력 구도가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칫 체제 혼란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2012년 집권 이후 부인 리 여사를 스스럼없이 공개했던 것처럼 자녀까지 드러냄으로써 ‘정상국가’임을 부각하려는 해석, 의도된 연출보다는 딸의 보채기에 의한 즉흥적인 결정이라는 해석 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