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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물가상승률과 1400원대 고환율에 대응해 한은이 10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추가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이달 들어 기업어음(CP) 등 단기금융시장과 회사채 등으로 유동성 경색이 나타나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딜레마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내달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금리 인상을 종료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이하 금중대) 적격 담보 대상 증권에 국채 외에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안건을 상정하고 이를 논의, 의결할 방침이다.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결과 후속조치다.
은행들이 금중대 담보 증권으로 맡긴 국채 등을 외환파생상품 증거금,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등을 맞추는 데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치는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 등 통화 긴축 정책과도 배치되지 않는 수준이다.
금융권에선 회사채 시장 유동성 경색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재가동을 비롯해 회사채 매입 기구(SPV) 재가동 등을 요구하고 있다. AA등급 회사채와 국고채 3년간 신용 스프레드가 21일 1.241%포인트로 2020년 12월 24일(1.246%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회의 직후 질의응답을 통해 SPV 재가동 여부에 대해 “이번 방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필요하면 금통위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돈 풀기’에 해당돼 금리를 올려 물가·환율을 잡으려는 한은의 긴축 기조와 상반돼 한은이 실행했다간 엇박자 논란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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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기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행보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정우 노무라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11월과 내년 1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 최종금리가 3.5%가 될 것”이라면서도 “11월 금리 인상이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빅스텝 결정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긴축 시그널과 환율 급등 리스크 때문이었는데 이번 국내 금융 리스크 확산을 계기로 한은의 통화정책 전략이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수 차례 “연준과 독립돼 있지 않다”고 밝혀왔으나 한미 금리 역전폭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보다 국내 금융리스크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성장과 금융 리스크로 한은이 연준을 따라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연준은 정책금리가 5.25~5.50%로 상승할 것이지만 한은은 3.5% 인상에 그치고 11월 인상(금리 3.25%)이 마지막 일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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