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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날 밤 TV 연설에서 이런 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일부터 기존 볼리바르의 가치를 96% 가량 절하한 ‘소베라노 볼리바르(sovereign bolivar)’라는 새 통화를 도입한다. 기존 화폐에서 뒷자리 ‘0’을 5개 떼어내는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화폐 개혁이다. 새 통화는 또 베네수엘라가 자국산 석유에 기반을 두고 만든 가상화폐 ‘페트로’와 연동 된다. 1페트로는 3600 최고 볼리바르로 책정됐다.
월 최저임금은 300만볼리바르에서 1800볼리바르 소베라노(0.5페트로)로 전격 인상됐다. 올해 들어 5번째 인상 조치다. 액면가 기준으로는 60배, 암시장 달러 환율을 적용할 경우 34배 오르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한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하겠다는 계획도 재차 밝혔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싼 값에 제공되는 베네수엘라 연료가 콜롬비아 등 이웃국들로 밀수되는 관행을 뿌리 뽑고 이로 인한 비용 100억달러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가 역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테시스파이낸시에라의 경제학자인 타마라 헤레라는 WSJ에 “투자를 유치하고, 안정 국면을 이끌 만한 요소는 하나도 없다. 더 강한 물가 상승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컨설팅회사 ODH 소속 경제학자인 아나벨라 아바디도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로이터통신은 “발표 다음날인 토요일 상점 주인들은 문을 닫거나 문을 열더라도 물건 값을 더 올려 판매했다”고 전했다. 50대 주부인 마르타 라미레즈는 “토요일 은행 계좌에 남은 돈을 쓰려고 나갔는데, 문을 연 상점도 몇 곳 없었지만 문 연 곳에서도 텅 빈 선반이 많았다”며 “가진 돈도 얼마 없지만 이마저도 쓸모 없게 될 것 같다. 정말이지 울고 싶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에 대해서도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하드웨어 가게 주인인 조니 헤레라는 로이터통신에 “정부도 돈이 없는데 무슨 돈으로 90일 간 차액을 주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때 석유 부국이던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 폭락 이후 수년째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규모는 마두로 대통령이 2013년 집권 한 이후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런 이유로 2014년 이후 인근 남미국가로 탈출한 베네수엘라 사람이 230만명에 육박한다. 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1만3000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지금은 100만%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등 심각하게 치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