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미국 기업들이 보유현금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바이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제 회복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축적된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함으로써 주식 가치를 높이는 한편 주주들에 대한 보상도 함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장조사기관 트림탭스의 자료를 인용, 보도한 데 따르면 지난주 미 24개 기업은 총 273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전주에 기록한 265억달러를 뛰어넘는 것으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자사주 매입을 주도하는 것은 소비·제약과 정보통신(IT) 분야 기업들이다. 지난주 미국의 대표적 바이오 제약기업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화이자는 각각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은 실적 호조를 발판삼아 지난달 1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선언했다.
자사주 매입이 일반적으로 분기 실적 발표 기간에 가장 빈번히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도 올해 1분기는 2007년 4분기 이후 가장 활발한 편이다. 지난해에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줄을 이으면서 총 규모가 3570억달러를 기록, 전년보다 174% 급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경기 개선과 함께 실적이 호전되면서 보유현금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미 기업들의 보유현금은 2010년 들어 기록적인 수준으로 확대됐다. 작년 3분기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보유현금은 1조810억달러로 집계됐다.
FT는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이 주주들에 대한 이익 환원은 물론 장부상의 현금과 발행된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고 있지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만 열을 올리면서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 노력을 등한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