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준형 기자] 롯데와 신세계(004170)가 커피전문점 시장을 두고 자존심을 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타벅스(애칭 별다방)를 내세워 커피전문점 시장의 선두를 지켜온 신세계가 최근 매장 수에서 롯데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커피(애칭 천사다방)에 추월을 당하며 자존심이 구겨졌다.
이로써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매장수는 롯데의 엔제리너스커피가, 매출은 신세계의 스타벅스가 각각 1위 자리를 나눠 갖게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엔제리너스커피는 지난 10일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 316호점인 `천안쌍용사거리점`을 오픈하며 스타벅스(315호점)를 매장 수에서 앞질렀다. `천안쌍용사거리점`은 1~2층으로 구성된 108석 규모의 매장이다.
롯데가 신세계를 매장수에서 앞선 것은 2000년 커피전문점 진출 이후 처음이다.
이 두 업체는 1년 차이로 커피시장에 뛰어들었다. 1999년 신세계는 스타벅스와 국내 합작사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설립해 커피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는 그 이듬해에 외식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자바커피를 만들며 신세계와 경쟁을 벌였다.
10여년간은 신세계의 완승으로 평가된다. 스타벅스는 진출 5년만에 100호점을 오픈하는 등 국내 원두커피 붐을 일으키며 단숨에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반면 자바커피는 낮은 인지도 등으로 신규 매장 오픈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전은 자바커피가 브랜드를 바꾸고,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뤄졌다. 자바커피는 2007년 엔제리너스커피로 브랜드를 변경했다. 이때 가맹사업도 도입했다. 당시 스타벅스와 자바커피의 매장수는 각각 233개와 91개로 큰 차이가 났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엔제리너스 커피는 매장수가 단숨에 증가했다. 2007년에는 144개, 지난해에는 236개의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현재 가맹점과 직영점의 비율은 8대 2수준으로, 가맹점의 비율이 훨씬 높다. 현재까지 스타벅스는 100%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가 매장수에서 첫 역전을 만들었지만, 앞으로 업계 순위는 쉽게 예상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말까지 신세계와 롯데 모두 매장을 350개까지 운영하겠다는 목표기 때문이다. 또 양측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보니 올 오픈 매장수를 상향 조정할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엔제리너스커피 관계자는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다"며 "브랜드 이름을 바꾸고 사업방식을 가맹식으로 변경한 게 큰 도움이 됐고, 더불어 국내의 원두커피 수요 자체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출에서는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출 204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870억원의 엔제리너스커피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올해 매출 목표도 스타벅스가 2300억원으로 엔제리너스커피(1300억원) 보다 높다.
이러한 매출 차이를 반영하듯 하루 평균 매장 방문자수는 스타벅스가 12만명, 엔제리너스커피가 6만3200만명으로 거의 두배 차가 난다. 비록 매장은 엔제리너스커피가 많지만,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수가 더 많은 스타벅스가 매출에서 앞선다는 분석이다.
또 서울과 지방의 매장 분포도 매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스타벅스는 서울에만 200개의 매장 운영하는 등 70% 이상의 매장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반면 엔제리너스커피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만 200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서울 중심의 번화가, 오피스 밀집 지역, 대학교 주변 등 다양하게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며 "핵심상권 위주로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전문가는 "엔제리너스가 취약 지역인 서울·수도권을 공략 할 경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스타벅스보다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다"며 "신세계의 경우 미국 스타벅스와 합작법인이라 사실상 신세계만의 순 매출은 롯데와 비슷한 상황이나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벅스 커피코리아는 신세계와 미국법인인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Starbucks Coffee International)이 각각 50% 지분을 갖고 있다. 엔제리너스커피를 운영중인 롯데리아는 햄버거, TGI, KKD 등 총 4개의 외식사업부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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