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건더기 넣고 5분…참기름 더하니 잡채 한 접시 75g·255㎉로 가볍지만 한 끼로는 양 아쉬워 일반·매운맛·용기면 누적 판매량 약 5000만개 추석 앞두고 판매 70%↑…오뚜기 라면 생태계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조리를 마친 오뚜기 ‘옛날잡채’. 당면 사이로 당근과 목이버섯, 청경채 등 건더기가 눈에 띈다. (사진=한전진 기자)
잡채는 명절 음식 가운데서도 손이 많이 가기로 유명하다. 당면을 삶고 채소를 썰어 볶은 뒤 양념에 버무리기까지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오뚜기(007310)가 이 잡채를 봉지라면처럼 끓여 먹도록 만든 ‘옛날잡채’를 내놓은 지 올해로 13년째다. 제품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큰 기대가 없어 그동안 손이 가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맞아 집 근처 슈퍼에서 한 봉지 집어 들었다.
노란 바탕에 잡채 사진을 큼직하게 박은 봉지는 한눈에도 오뚜기다웠다. 앞면에는 ‘더 푸짐해진 건더기, 더 고소해진 참기름’이라는 문구와 함께 5분 조리 표시가 붙었다. 봉지를 뜯으니 트레이에 담긴 당면과 건더기스프, 액체스프, 참기름이 나왔다. 중량은 75g, 열량은 255㎉다. 가격은 2200원. 과연 잡채를 5분 만에 구현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냄비에 물을 올렸다.
조리법은 라면과 다르지 않다. 물 450㎖에 건더기스프와 당면을 넣어 5분간 끓인다. 이후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액체스프와 참기름을 넣어 비비면 끝이다. 스프와 참기름을 붓자마자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서 단번에 명절 분위기가 났다. 물을 따라낼 때 건더기가 일부 체에 걸려 빠져나가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 밖엔 라면 하나 끓이는 수고로 잡채 한 접시가 완성됐다.
오뚜기 ‘옛날잡채’ 완성 모습. 당면과 건더기스프를 5분간 끓인 뒤 액체스프와 참기름을 넣어 비비면 완성된다. (사진=한전진 기자)
당면은 탱글탱글했다. 일반 잡채 당면보다 조금 가늘지만 실제 잡채와 견줘 70% 이상은 닮았다는 느낌이다. 짜파게티가 짜장면과는 다른 매력으로 인정을 받듯 이 제품도 나름의 맛이 있었다. 액체스프는 달큰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면에 고루 배었다. 여기에 참기름이 더해지면서 감칠맛이 한층 살아났다. 참깨를 조금 뿌려 먹으면 맛이 더 배가 될 것 같았다.
기대 이상이었던 건 건더기다. 봉지에서 꺼낼 때부터 양이 제법 됐는데, 끓이면서 불어나 크기도 커졌다. 면을 집어 올리면 당근과 목이버섯, 청경채가 함께 딸려 올라왔다. 씹는 맛도 살아 있어 구색 맞추기에 그치지 않았다. 인스턴트 제품에서 이 정도 건더기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아쉬운 건 양이다. 75g 한 봉지를 다 비우고 나니 비빔면 한 봉지를 먹었을 때처럼 허전했다. 성인 남성이라면 두 봉지는 끓여야 배가 찰 듯하다. 봉지 뒷면에도 밥과 함께 먹기를 권하는데, 실제로 밥 위에 얹어 잡채밥으로 먹는 게 가장 나은 방법으로 보였다. 물론 일반 잡채에 비하면 채소의 아삭함과 푸짐함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빨간 국물 라면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도 권하기 어렵다.
조리 전 오뚜기 ‘옛날잡채’의 당면과 건더기, 액체스프, 참기름. (사진=한전진 기자)
5분 만에 완성한 오뚜기 '옛날잡채'. 당면 사이로 당근과 목이버섯, 청경채 건더기가 딸려 나온다.(사진=한전진 기자)
열량이 가볍다는 것도 장점이다. 255㎉로 일반 봉지라면 열량의 절반 남짓이고, 나트륨도 780㎎으로 비국물형 국수 평균(1230㎎)보다 낮다. 명절이 아니어도 잡채가 당기거나 가볍게 면을 먹고 싶을 때 다시 찾을 것 같다. 마니아 층도 많다. 현재 일반·매운맛 봉지와 용기면을 합친 누적 판매량은 약 5000만개다. 추석을 앞둔 9월 셋째 주 판매는 8월 셋째 주보다 약 70% 늘었다.
이처럼 오뚜기는 오래전부터 라면의 경계를 넓혀왔다. 카레면과 팥칼국수, 콩국수라면, 쇠고기미역국라면처럼 기존의 빨간 국물 라면과는 전혀 다른 메뉴를 봉지면으로 만들어왔다. 처음엔 낯설어 보여도 막상 먹어보면 각자의 맛과 개성이 분명하다. 옛날잡채 역시 손 많이 가는 한식 메뉴를 제품으로 옮겨놓은 사례다.
특히 이런 시도는 시장의 생태계 자체를 넓히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단순한 이색 상품에 그치지 않고, 익숙한 메뉴를 라면처럼 간편하게 즐기게 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왔다. 오뚜기는 지역 특색을 살린 프리미엄 잡채 신제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옛날잡채는 5분 만에 명절 잡채의 맛을 꽤 그럴듯하게 옮겨놓은 제품이었다. 과연 13년을 버틴 이유가 납득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