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 위기마다 경영권 방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9월 영풍·MBK의 공개매수로 촉발됐다. 영풍·MBK는 작년 9월 13일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까지 공개매수해 고려아연 지분 47.7%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고려아연도 예상하지 못했던 추석 직전 기습공격으로 전해진다. 당시만 하더라도 손쉽게 영풍·MBK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거란 예상들이 많았다.
최 회장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이때부터다. 그동안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최 회장은 곧바로 해외 우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기존 한화, LG 등 국내 기업을 우군으로 확보했던 최 회장은 지체 없이 일본 출장길에 오르며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접촉했다. 또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며 자사주 공개매수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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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상법 특성을 활용해 영풍·MBK의 이사회 진입을 막는 묘수를 발휘했다.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의도적으로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이라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면서 영풍이 보유한 지분 25.4%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를 바탕으로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19명 상한 안건을 통과시키며 경영권 방어 기틀을 마련했다.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최 회장은 다시 해외 계열사를 이용해 새로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며 영풍·MBK의 이사회 진입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영풍·MBK 측에서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등 단 3명만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그쳤다.
최윤범, 이사회 주도권 이어갈 듯
고려아연의 이번 미국 테네시 제련소 투자는 최윤범 회장의 ‘신의 한 수’가 될 전망이다. 영풍·MBK와 약 14%(의결권 기준) 벌어진 지분 격차를 단숨에 좁히고 경우에 따라 역전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 등과 합작해 크루서블 JV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 JV는 고려아연이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약 2조8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약 10.84%를 취득하게 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유증 후 신주 발행으로 영풍·MBK가 42.1%, 최 회장 측이 약 30%로 각각 지분율이 희석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상태에서 크루서블 JV가 최 회장에 힘을 실어주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약 40%까지 치솟게 된다. 여기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4.8%)까지 끌어들인다면 지분율 역전도 가능하다.
최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이사회 주도권을 이어갈 전망이다. 고려아연 이사 중 6명은 오는 3월16일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 중 5명은 최 회장 측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집중투표제와 현재 지분율 등을 고려해 내년 주총에서 이사회는 최 회장 측 9명(직무정지 4명 제외), 영풍 측 6명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풍·MBK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투자 계약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 그리고 고려아연이 중장기적으로 부담하게 될 재무적·경영적 위험 요소들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고려아연은 “미래 성장을 견인할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진행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추 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경제 안보에도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