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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통령 당선자였던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일본의 협력이 절실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대응에도 한미일 공조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측이 김 전 대통령의 국빈 방일과 공동선언을 제안했고, 8개월 준비 끝에 발표로 이어졌다.
가장 큰 쟁점은 과거사였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사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청산’보다 ‘정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일본을 배려했다. 일본은 무라야마 담화 수준의 사죄를 공식 문서에 남기기로 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아시아 국가에 끼친 피해를 반성하고 사과한 선언이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정치·안보·경제·문화·글로벌 이슈 등 5개 분야 11개 협력 원칙을 담았다. 부속 행동계획에는 43개 구체 과제가 제시됐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한일 안보협력 제도화도 이때 본격화됐다. 실제 ‘러브레터’ 등 일본 영화가 정식 수입돼 흥행하기도 했다.
당시 외교통상부 동북아1과 서기관으로 김 전 대통령의 일본어 통역을 맡으며 선언 준비에 직접 참여했던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외환위기와 북한 문제라는 시대적 요인, 한일 외교당국의 협력도 중요했지만 가장 핵심은 김대중 대통령의 경륜과 철학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고이즈미·아베 내각을 거치며 선언은 유명무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23년 5월 방한 당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거리를 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