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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여론조사 공표금지, 실제 조사에 한정"…새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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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7.04 06:00:00

시장선거 앞두고 단톡방에 여론조사 게시
1·2심 벌금형→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공표금지기간 전 조사+투표일 예상치는 ''적법''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 공표금지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해 공표금지기간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는 투표일 예상치가 포함돼도 공표가 허용된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강릉시 부시장 A씨와 B씨에 대해 각각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5월 27일 각각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여론조사 그래프를 게시했다. A씨는 101명이 접속한 단체채팅방에, B씨는 24명이 접속한 단체채팅방에 ‘강릉시장 지지율 변동(5월 16~25일), 출처 코리아리서치 제공’이라는 제목의 그래프를 올렸다.

해당 그래프에는 5월 16일부터 25일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투표일 당일 예상 득표율까지 기재돼 있었다.

1심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기간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결과라는 점이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며 “투표일 예상 지지율까지 포함되어 있어 공표금지기간이 포함된 여론조사결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또 “선거여론조사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해 공표할 때 함께 공표해야 하는 사항이 기재돼 있지 않다”며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피고인들은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기간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결과라는 점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채 여론조사를 공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그래프를 보는 선거인들로서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기간 이후에 후보자들의 지지율을 분석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에서 공표를 금지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대법원은 “공표나 보도가 금지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는 공표·보도금지기간 중의 날을 조사일시로 하여 실제 행해진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그래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2022년 5월 25일까지의 결과값은 실제 행해진 여론조사의 결과값이지만 공표·보도금지기간 전의 날을 조사일시로 한 것”이라며 “2022년 5월 26일부터의 결과값은 공표·보도금지기간 중의 결과값이지만 실제 조사가 행해진 여론조사의 결과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지지율 예상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사건 그래프의 결과값은 모두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에서 공표를 금지하는 여론조사결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제108조의 ‘여론조사’ 개념을 ‘실제 이루어진 여론조사’로 한정해 해석한 첫 사례다.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 투표마감시각까지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조항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공표금지기간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라면 투표일 예상치가 포함돼도 그것이 단순한 예상치에 불과하다면 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리를 확립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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