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GDP 성장률을 2.4~2.5%, 내년은 2.6%로 전망했다. 지난해 2.7% 성장률에 이어 올해와 내년 2%대로 3년째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낮춘 것은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GDP 경제성장률이 -0.4%로 역성장을 기록한 것도 감안됐다.
내수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 부진이 심화하면서 민간부문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건설투자는 작년 2분기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올 1분기에는 -7.2%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4.3%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2.8%, 내년 -1.5%로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투자도 올들어 경영실적 악화와 수출부진 영향으로 크게 위축돼 설비투자가 올 1분기 -17.4%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2.4%에서 올해 -4.0%로 부진이 지속되고, 내년 2.8%의 플러스 전환을 전망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올 상반기 2715억4900만달러로 전년대비 8.5% 감소했다. 기재부는 “수출이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조정과 세계교역 둔화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확대 장기화되고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도 지연될 경우 하반기 수출·기업투자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들이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중반으로 잇따라 낮추면서 정부도 작년말 제시한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견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6%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한국은행이 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로 정부의 이번 수정 전망치와 같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8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0%로 5%포인트 내렸다.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2.1%로 낮췄고, 노무라는 1.8%로 전망했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에 대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등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의 전망은 정책효과가 배제된 측면이 있다”면서 “일부의 2% 미만 성장전망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은 일자리 정책 효과 등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전년보다 확대되면서 올해 20만명 증가를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공공 일자리를 중심으로 60대 취업자가 늘어난 반면 제조업 부진으로‘경제 허리’인 30~40대 취업자는 감소하는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12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핵심계층인 30~40대와 제조업 고용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고용 관련 여건은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부는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신산업 발굴이 지체되면서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생산가능인구 감소·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성장잠재력과 고용·분배 등 민생여건 개선에도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내린 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하향조정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당초에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더불어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를 맞추기 위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