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징계, 그리고 박근혜…그들은 왜 탈당을 하는가?

유태환 기자I 2019.06.23 17:26:44

20대 국회, 그 어느 때보다도 탈당 비일비재
손혜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당적 포기
홍문종, 태극기 세력과 친박신당 창당 추진
전문가 "빈번한 탈당, 정치 후진성 보여줘"

홍문종 의원이 18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당에 더 부담 주지 않겠다. 분신 같은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내려놓겠다.”(손혜원 의원·민주당 탈당)

“당 차원에서 탄핵기록의 왜곡을 막자고 했지만 별 대답을 들은 게 없다.”(홍문종 의원·자유한국당 탈당)

“당원권 정지라는 황당한 징계로 손발이 묶였지만 최선을 다해 투쟁했다.”(이언주 의원·바른미래당 탈당)

올해가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한국당·바른미래당이 각각 한 차례씩 탈당 사태를 겪으면서 홍역을 치르는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탈당 자체가 선진국 정치문화에서는 볼 수 없는 후진적 관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손혜원 의원이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교섭단체 3당, 올해 한 차례씩 탈당 사태

23일 여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앞선 그 어느 국회보다 탈당이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평가다. 또 주요 정당이 본격적으로 총선 공천작업을 벌이는 올해 말이나 다음해 초쯤에는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20대 국회의원들의 탈당은 크게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 관련 사례와 구설에 대한 사회적 여론·지도부에 대한 반기 등 개인적 사유, 두 가지로 나뉜다.

현재까지 20대 국회 최대 탈당 사태를 일으킨 원인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다. 2016년 말 박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비박(박근혜)계 의원 30여명이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집단 탈당,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홍문종 의원의 탈당 역시 결국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연장 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홍 의원이 탈당과 대한애국당·태극기 세력을 규합한 친박신당 창당을 최근 다시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탄핵에 대한 책임을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얘기가 당에서 흘러나오면서부터다.

다만 현재까지는 추가 탈당을 자신하고 있는 홍 의원 주장과 달리, 한국당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도 탈당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대대표 역시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애국당과는 자연스럽게 같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뒤 창당·합종연횡, 정치공학 계산”

손혜원 의원은 전형적으로 본인의 구설로 말미암아 당을 나온 사례다. 손 의원은 지난 1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결국 당적을 내려놨다.

손 의원은 당내 2인자인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탈당 기자회견에 대동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 전 원내대표도 “당으로서는 당적을 내려놓겠단 문제에 대해 만류를 많이 해왔다”며 손 의원을 적극적으로 감쌌다.

하지만 손 의원은 현재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과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다.

이언주 의원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한 “찌질하다” 발언으로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받은 뒤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정국에서 당을 나왔다. 이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 처리가 지도부의 수적 횡포 속에 가결되었다.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역사적 죄악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탈당의 변을 전했다. 패스트트랙 반대파인 이 의원이 당원권 정지로 참석하지 못한 당시 바른미래당 의총의 패스트트랙 찬반 표결 결과는 12대 11로 한 표 차였다.

이외에도 대선과 지방선거 전·후 나타난 바른정당 의원들의 수차례의 걸친 탈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에 반발한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의 탈당도 있다. 이들은 이후 각각 한국당 복당과 민주평화당 창당을 선택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영·미 선진국에서는 임기 중 국회의원이 탈당하는 사례 자체가 거의 없다”며 “우리나라의 빈번한 탈당은 그만큼 정치적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탈당 이후의 창당·정당 간 합종연횡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른 행보로는 정치발전이란 게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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