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학벌사회‥서울대부터 수직 서열화
대한민국은 ‘학벌사회’다. 출신학교가 취업이나 인생의 향방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학벌 공화국의 정점에 위치한다. 우리 사회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인 정부 고위직만 봐도 서울대 출신이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한다.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고위공무원단 출신대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위공무원단 1476명 중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SKY 대학’ 출신이 814명으로 전체의 55.2%를 차지했다. 대학별로는 서울대 출신이 476명(33.7%)으로 부동의 ‘톱’을 차지했다. 전체 서울소재 대학인 ‘인서울 대학’ 출신이 1199명으로 81.2%에 달했다. 지방대 출신은 19%에 불과하다.
힘있는 검찰이나 경제부처는 더 심각하다. 법원과 검찰 2급 이상 고위직의 71.1%나 된다.
행정고시 출신 5급 이상 기재부 공무원 375명 중 서울대 출신은 181명(48.3%)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연세대·고려대까지 포함하면 321명으로 SKY 출신 비중이 85%까지 치솟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장단 인사를 마친 SK LG GS 한화, 현대중공업 5개 그룹의 최고경영자급 31명 가운데 12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 외 다른 분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서울대 출신이 장악한 곳이 많다.
◇서열화의 부작용‥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 사회
학벌 중심으로 사회가 서열화되다 보니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적성이나 관심보다는 좋은 대학의 인기과를 가는 목표를 강요받기 십상이다. 자연스레 서열이 내재화하고 소수의 승자와 대부분의 패자인 사회로 갈리게 된다. 심지어 같은 대학 내에서도 입학점수가 차별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좋은 대학을 가려 과외에 목을 매게 된다.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는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학원 공화국’을 세워 서울대학교를 목표로 자식을 가르친다.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 사교육을 동원하는 구조 속에서 공교육 체계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소위 있는 집 자식들이 서울대를 포함해 명문대학에 입학할 확률이 높아지고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했던 대학이 되레 계층공고화의 사다리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학벌 카르텔은 사회 나와서도 공정 경쟁을 막고 독점의 폐해를 심화시키고, 서열의 틀에 안주하는 대학은 스스로 혁신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해법은
정권 교체 때마다 학벌이나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교육 정상화와 입시제도 개편 등 새로운 교육개혁 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학벌 사회는 한층 공고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학벌 사회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면적인 교육 대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공교육 복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대학 입시부터 공교육 틀 내에서 제대로 수업만 들어도 우수한 성적이 나오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다양한 적성에 따라 공부하면 여러 경로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나 공기업 입사 전형을 할 때 블라인드 채용과정을 통해 학력이나 학벌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대치동으로 돈이 흐르지 않도록 공교육에서 모든 과정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직업교육을 강화해 능력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