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김대중 전 대통령 귀국 둘러싼 한미간 막전막후

장영은 기자I 2016.04.17 14:55:52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기간이었던 지난 1985년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귀국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간 이뤄졌던 긴밀한 협의 내용이 공개됐다.

17일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막후에서 한국 정부와 김 전 대통령의 귀국 문제를 중재했으나,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전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계획 발표를 연기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1982년 12월 형집행정지 상태에서 치료를 명목으로 미국에 망명했던 김 전 대통령은 1985년 2월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귀국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전두환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귀국을 선거 이후로 연기하기 위해 미국측과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처드 워커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노신영 당시 안기부장 사이에서는 미국이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연기를 설득하는 대신, 한국은 사면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미간 논의에 이상신호가 감지된 것은 1월 22일 워커 대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면담하면서다. 당시 클리블랜드 주한 미국대사관 공사는 면담 다음날인 23일 외무부 미주국장과의 조찬에서 “국무성(국무부)의 1차적 반응은 한마디로 대단히 실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리블랜드 공사는 외무부 차관과의 면담에서 “워싱턴의 반응이 매우 강경하다”며 “내일로 예정된 ‘태평양계획’(전 대통령 방미계획)의 발표를 다소 연기하는 문제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1985년 4월 중으로 계획된 전 전 대통령의 방미를 바로 다음날인 24일 발표하기로 돼 있었다. 한국은 강력히 반발했으나 결국 발표 연기에 동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 전 대통령은 ‘김대중이 (전 대통령) 방미 후 귀국한다면 재수감을 하지 않겠다. 그러나 방미 전 귀국한다면 재수감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귀국 연기를 종용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달 전 전 대통령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시점이 언제이든 받아들이겠다며 “레이건 행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미측에 통보한 것이다.

또 1985년 국내에서 대통령 간선제와 7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5공화국 헌법에 대한 개헌요구가 거세지자 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에 ‘호헌’(護憲, 5공 헌법 수호) 공개 지지 표명을 요구했다 거절당한 사실도 밝혀졌다.

전 전 대통령은 4월 24일부터 29일까지 이뤄진 방미를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호헌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해줄 것을 집요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하겠다는 평화적 정권교체 공약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차 강조한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4년 당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시정 요구를 ‘북한이 한일간 이간을 노리고 배후 조종한 데 따른 행위’라고 규정짓고, 자필 지침까지 내려보내 국내 언론의 관련 보도를 통제하려 했던 사실도 나타났다.

전 전 대통령은 일본 역사교과서 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북한이 조총련과 일본 좌익계 노조 및 지식인 등을 이용해 한일간의 이간을 노리는 것이라며 “한국의 언론은 이에 편성하지 않도록 협조하시요”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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