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7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문정태 기자]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말 그대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학창시절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는 달리 사회에서는 조직이며, 얽혀 있고, 또 가끔은 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녹녹치 않다. 사람이 사회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나는 곳…. (2011년 3월31일 <봉달이 & 루라의 캠핑 이야기> 블로그)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봉호 팀장은 캠핑 전문 블로그를 운영중인 파워 블로거다. "캠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저를 모른다는 건 간첩일 가능성이 큽니다"라는 우스갯말을 자연스레 할 정도로 캠핑 계에서 유명 인사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와이프가 심각하게 하소연을 합니다. 처음에 몇몇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좋았는데, 캠핑을 가서 모르는 사람들이 불쑥불쑥 말을 걸어오는 일이 잦아지니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네요."
이런 그에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왕초보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이해관계로 점철된 사회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동시에 떠오른 단어가 `캠핑`이었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했던 추억에 기대 무작정 떠났다.
"2007년 10월 말이었습니다. 산속의 밤은 추울 거라고 짐작을 했지만, 그토록 추울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어요. 텐트는 대학교 다닐 때 쓰던 것이었고, 군용 솜 침낭 1개와 오리털 침낭(냄새는 닭털), 이불과 깔판, 의자, 식탁보가 다였죠. 밤새 추위에 떨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어찌나 밤이 길던지.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상쾌함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 이후로 캠핑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다음부터는 `제대로` 준비해서 캠핑의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콜맨, 코베아, 스노우피크, 코스트코 방수포, 7번 국도…. 그렇게 3개월 동안 새벽 3~4시까지 잠을 아껴가며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장비도 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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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되찾기로 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캠핑의 진짜 매력이라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에는 캠핑장, 캠핑장비, 캠퍼(캠핑하는 사람) 등 캠핑에 대한 소소한 일상과 느낌을 국문학도 출신답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냈다. 글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글이 아주 좋다`며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글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소통과 기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칭찬을 받든 비판을 받든 이 모든 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거죠. 서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시선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가 캠핑광으로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생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캠핑 덕에 아이들과 추억을 쌓는 것은 물론 아내와 얘기를 나누고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공통의 거리가 생겼다. 더 열심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에너지도 충천할 수 있게 됐다.
이봉호 팀장의 블로그에는 이런 글귀가 담겨 있다.
제게 있어 캠핑은 릴렉스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 사회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 참여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 또 다른 전쟁터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제게 있어 캠핑은우리가족을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분의 그 소중한 생활도 존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