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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 알뜰주유소 재입찰 참여 `고심`

한규란 기자I 2011.11.16 11:37:43

"손실 감수하고 낮은 가격 제시하기 쉽지 않아"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알뜰주유소` 도입이 시작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15일 정부가 정유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량 구매 입찰이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유찰됐기 때문이다. 
 
정부와의 입장 차를 확인한 정유사들은 향후 재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를 신중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1차 입찰에 참여했던 SK에너지(096770), GS(078930)칼텍스, S-Oil(010950)은 2차 입찰에 응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재응찰과 관련해 정해진 사항이 전혀 없다"면서도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지켜본 후 참여 여부를 신중히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NH농협과 한국석유공사는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알뜰 주유소에 공급할 석유 공급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그러나 정유사가 제출한 가격이 이들 두 기관이 원하는 가격보다 높아 유찰됐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와 농협은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원하는 낮은 가격대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실제 이들은 1차 입찰 때도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유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입찰 참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정부가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ℓ)당 30~50원 가량 싸게 공급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 현대오일뱅크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지난 9일 입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 4~7월) 100원 할인행사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하는 낮은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는 건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이 결국 알뜰주유소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알뜰주유소 추진반 관계자는 "정유사가 입찰에 나선 것은 알뜰주유소에 석유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가격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재입찰을 통해 정유사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마지 못해 입찰에 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무언의 압박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며 "1차에 응한 만큼 2차에도 참여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한편, 정부는 재입찰 후에도 낙찰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휘발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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