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5일 중간 수사 발표를 통해 이명박 후보의 3대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런 수사 결과는 '이명박 대세론'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9일까지 남은 2주간 대선 정국에서 더 이상 큰 '변수'는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후보측은 "이미 '추'는 기울었다"며 벌써부터 '대권'을 거머진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범 여권의 반발이 거세다.
당장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이명박 후보의 주가조작 연루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법을 도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 수사 후폭풍은 선거 당일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 검찰 "김경준은 사기꾼"
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는 올해 대선 '최대 변수'로 지목됐다.
이 후보는 지지율 1위 후보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 5200여명의 소액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거나, 이런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BBK 투자자문사와 현대차 협력사인 다스를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공직자 재산등록을 허위기재, 공직 윤리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이런 의혹은 지난 6월 한나라당 경선 당시 제기된 이후 지난 6개월간 살을 보태왔다. 한 때 60%에 이르던 이 후보 지지율도 '잔 펀치'를 맞으면서 30%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검찰이 제기된 여러 의혹 중 한가지만 사실로 밝혀도, '카운터 펀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모든 의혹에 대해 "혐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강재섭 대표는 검찰 발표 직후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BBK 사건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났다"며 "법과 정의의 승리"라고 환영했다.
◇ BBK 파장, 선거 당일까지 '정치 쟁점'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BBK 파문'은 사그러들 기미가 없다. 여권은 검찰 수사가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로 규정하고 검찰과 전면전을 펼칠 태세다.
검찰 중간 수사 발표 하루 전인 지난 4일 공개된 김경준 씨의 자필 메모가 '불'을 지폈다.
이 메모는 검찰이 김경준씨에 대해 이명박 후보에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협박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이날 수사 발표에서 "김경준은 그 동안 미국에서 주장하던 바와 달리 BBK는 본인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라며 "이명박 후보도 (BBK) 지분을 갖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소위 이면계약서라 불리는 한글 계약서에 대해서도 김경준이 "처음에 진짜라고 주장하다, 작성일자보다 1년 뒤 만들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검찰 말대로라면 지난 2003년 1월 사기와 횡령혐의로 고발된 이후 김 씨가 4년간 주장해왔던 진술을 단 20일간 검찰 수사에서 뒤집은 것이다.
◇ 신당 "짜맞추기 수사..특검법 발의"
특히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변호사가 현지시각 5일(한국시각 6일 새벽) 검찰이 김씨를 회유·협박한 또 다른 증거물들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나서,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자칫 수사결과를 놓고 검찰과 김씨 가족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통합신당은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혐의를 재조사하는 '특별검사제' 법안을 5일 발의한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국회 의사일정 자체가 'BBK 이슈'에 휘말릴 태세다.
이에 대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특검법 발의는 검찰에 대한 협박"이라며 상임위에서 법안을 상정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국회가 'BBK 특검법'을 놓고 극한 대치에 이를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과정에서 새해 예산안 등 올해 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하는 각종 법안들은 더욱 외면받게 될 전망이다.
◇ 부동층 향배가 최대 변수
앞으로 남은 대선 기간은 2주. 아직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간 후보 단일화라는 또 다른 변수가 남아있다. 6일부터 시작되는 3차례 TV 토론(선관위 주관)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를 주요 변수다.
하지만 'BBK 이슈'에 비하면 파괴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
특히 올해 대선에서는 후보간 단일화 이슈가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학습 효과"라고 말한다. 국민들이 '정치 공학적 단일화'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TV 토론 영향력도 과거 대선에 비해 많이 약화됐다. 이 역시 이명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토론에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이명박 후보는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자신의 약점을 가리고 있다. 게다가 다수의 후보자가 참여하는 토론 방식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치열한 공방'은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는 달리 부동층 향배는 승부를 판가름 짓는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부동층은 지난 26일 대통령 후보자 등록 마감 이후 점점 늘어 30%대까지 올라갔다. 이런 부동층이 검찰의 'BBK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오늘 검찰 수사를 지켜본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 지 주목된다. 다만 과거 대선에서 부동층 표심은 분산되어 온 경향이 있어, 실제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판도는 또 다른 변수가 없는 한 선거 일주일 전인 12일 이후 큰 변화를 보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은 여론조사를 12일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 1999. 4월27일. 김경준 BBK 투자자문사 설립
▲ 2000. 2월18일. 이명박, 김경준 LKe뱅크 공동 설립
▲ 2000. 3월~12월 다스, BBK에 190억 투자
▲ 2001. 1월. 김경준, 광은창투 인수..옵셔널벤처스로 명칭 변경
▲ 2001. 2월. EBK 설립(이명박 김경준 이상은 김재정 에리카 김 공동출자)
▲ 2001. 3월2일~3월13일 금감원, BBK 펀드운용 보고서 위조 의혹 조사
▲ 2001. 4월3일. 이명박, EBK 사업 포기
▲ 2001. 4월18일. 이명박, 김경준과 결별(LKe 뱅크 대표이사직 사임)
▲ 2001. 4월27일 금감원, BBK 등록 취소..김경준 옵셔널벤처스 경영권 장악
▲ 2001. 10월. BBK 투자사 심텍(50억), 이명박 김경준 사기혐의로 고소
▲ 2001. 12월. 검찰, 김경준 긴급체포..심텍 고소 취하로 석방
▲ 2001. 12월20일. 김경준, 옵셔널벤처스 회삿돈 380억 횡령, 미국 도피
▲ 2002. 2월. 검찰,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수사 착수
▲ 2003. 1월. 다스, 김경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발
▲ 2004. 1월17일. 법무부, 미국에 김경준씨 범죄인 인도 요청
▲ 2007. 11월16일. 김경준씨 국내 송환, 검찰 수사 착수
▲ 2007. 12월5일. 검찰 수사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