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사업, 힐에 차이나

문주용 기자I 2006.10.18 11:52:38

힐 차관보 "돈주는 사업" 규정
송민순 "필요한 부분 있으면 조정 검토할 것"
잠정 중단가능성 배제못해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대 기로에 접어들고 있다. 유엔 제재 결의안 이후 우리 정부는 `사업 유지`를 여러차례 밝혔지만 미국은 반드시 제재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시사한 발언이 지난 17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발언. 그는 사견이라면서도,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북한 정부에 돈을 주기 위해 고안됐다"는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다. 

정부는 힐 차관보와 19일 방한예정인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회동을 통해 이런 논리를 차단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전망이다. 이규형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금강산관광·개성공단 등 대북 경협사업은 기본적으로 우리측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힐 차관보의 주장을 반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측을 설득시키지 못할 경우 금강산관광사업의 앞날은 어두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힐 차관보 발언 의미는

신중하면서도 온건한 외교관으로 알려진 힐 차관보. 이날 그의 발언은 평소 태도와는 전혀 다른 발언으로, 그 내용도 의미심장했다. 무엇보다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미국의 구체적인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힐 차관보는 우선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을 분리해서 봤다. 분리하는 기준은 북한에 들어간 `경협 자금의 최종 목적지`다. 이 돈이 끝내 체제유지에 쓰였나 안쓰였나를 의심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한측에 제공한 임금 등이 결국 북한 근로자들에게 간다는 점을 인정, "사업을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결국 북한 근로자들 머리에 자본주의를 이식하는 효과가 있다는 우리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금강산관광사업은 관광대가가 최종적으로는 군부, 김정일 국방위원장등 지도자 수중으로 들어가 달러가 체제유지에 이용된다고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 지도자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고안됐다"며 노골적으로 `사업이 아닌 체제 지원`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온건파인 힐의 이런 시각은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내 일반적인 시각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힐 차관보가 두사업을 분리해서 본 또다른 배경은 달러의 유출 규모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관광대가로는 8년간 달러현금만 4억5600만 달러 이상이 건네졌고, 지금도 매년 1800만달러가 제공된다. 반면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의 임금 등으로 889만 달러가 북한에 유입되는데 그쳤다.

미국은 달러 유출규모가 큰 금강산관광사업을 우선 차단할 필요를 느꼈을 것을 보인다.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의 2800만달러에 달하는 북한 자산을 동결한 금융제재가 계속 효과를 발휘하려면 매년 1800만달러가 넘어가는 금강산관광사업의 차단이 필수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힐 차관보는 또 금강산 관광사업을 유엔제재 결의안에서 예외로 허용하는 `일반적인 상거래`로 판단하지 않는 미국측 시각을 대변했다.  힐 차관보는 "돈을 주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금강산관광사업의 북측 파트너인 북한 아태평화위는 내각 관할이라는 점이 이런 미국측 의심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사업은 일단 양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차후 끝까지 문제삼지 않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해 구멍을 막아놓은뒤 추후에 이를 문제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미국측 의심 설득시킬수 있을까 
 
이와 관련,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18일 "수정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운용방식이 유엔 안보리 결의나 국제사회 요구와 조화되고 부합하도록 필요한 부분을 조정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실장은 "정부는 남북간 경협이나 개성공단사업,  금강산 관광을 중지한다 말하지 않았다"면서 "금강산 관광 등의 운용 방식 변화 방향은 객관적 기준인 안보리 결의에 어떻게 부합되는지를 준거 기준으로 해서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금강산사업 등을 중지하지는 않되, 사업 추진 방식을 일정 부분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이런 변화는 미국측 주장을 설득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종전입장을 그대로 밀어부칠 논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 

정부 입장의 맹점은 `돈의 최종목적지`를 댈수 없다는 것. 미국은 관광대가로 지불한 돈이 핵개발 비용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인데, 우리측은 `전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방도가 없다. 

정부는 지난 98년10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기 한 달 전에 "북한에 유입될 관광대가의 군사비 전용을 감시하기 위한 체크리스트(점검 목록)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체크리스트는 지금까지 만들어진게 없고, 만들 수도 없는 상태다. 북한측이 체크리스트 작성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전용 가능성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우리측으로선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설사 이를 허용받는다 하더라도, 더많은 부담을 안아야 할 상황도 생각해야한다.  유엔이라는 국제사회가 동참하는 제재에 홀로 빠져나가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동맹국은 부담도 함께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유지라는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봐야한다는 시각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 미국측에 `핵우산` 제공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금강산관광사업을 지킬지, 금강산관광사업을 일시 중지하는 대신 한미공조를 강화할지 정부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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