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코스닥이 1년 사이 훌쩍 컸다. 연초 400선을 밑돌던 지수는 이제는 700선을 당당히 호가한다.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질적인 상승이 동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NHN(035420)은 시가총액 4조 시대를 다시 열었고, 외국인과 기관에게 인정받는 종목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올해 코스닥 시장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테마주들의 부상이다. 정부정책 수혜와 향후 성장기대가 맞물리며 1년 내내 온갖 테마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며 쉴새없이 시장을 달궜다.
그 사이 코스닥 지수도 테마에 울고 웃으며 부침을 거듭했다. 특히 바이오·줄기세포관련주들은 연말 황우석 쇼크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러나 뼈 아픈 상처도 있었지만 값진 교훈도 동시에 얻은 한해다.
◇ 정보통신주 이합집산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는 유난히 정보통신관련 테마가 홍수를 이뤘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디지털TV, 홈네트워크시스템, 텔레매틱스 등 IT기술관련 종목들이 코스닥 증시를 주름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정부의 IT839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정부는 DMB 등 8대 신규서비스와 광대형 통합망 등 3대 인프라, 차세대이동통신과 홈네트워크 등 9대 신성장 엔진을 아우르는 IT839 정책을 내놨고, 관련 정책의 준비와 시행에 따라 코스닥 증시도 춤을 췄다.
2005년의 경우 위성·지상파 DMB와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시세변화가 가장 두드러졌고, 인터넷전화, 전자테그(RFID), 디지털TV, 텔레메틱스 등 다양한 테마들이 뜨고 지고를 반복했다.
특히 이들 테마의 경우 한국 IT 산업이 지속적으로 다변화하는 과정에 놓이면서 향후 본격적인 도입과 활성화에 따라 짧지 않은 연속성을 갖고 있다.
특히 신기술과 서비스의 경우 2007년 이후까지, 3대 인프라는 그보다 더 먼 시점인 2010년까지 구축 예정에 있어 꾸준한 테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미 지능형로봇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은 차기 테마로 주목받으며 연말 증시를 달궜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테마주들의 경우 과거 인터넷에 국한된 테마에서 크게 다변화됐다"며 "무엇보다 정부의 IT839 정책이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코스닥의 경우 정부정책이 투영되고 있다"며 "정책 변수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콘텐트·바이오 주목
지난해 10월 저작권법을 발효한 뒤 일정 계도기간을 거쳐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온라인 음원 유료화를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콘텐트 관련주들도 연초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음원 유료화에 이어 향후 드라마와 영화, 게임, 뉴스 등 각종 디지털 콘텐트의 유료화 기대가 맞물리며 엔터테인먼트 관련주 전반으로의 매기가 확산됐고, 관련업체들의 우회상장도 잇따랐다.
또 대형 이동통신업체의 출자나 인수, 동종업종간 제휴라는 재료도 덤으로 부가되며 기대감이 증폭되기도 했다.
제약과 바이오 관련주들도 테마를 형성해 연말 황우석 쇼크 전까지 세를 불렸다. 특히 난치병 치료의 획기적인 문을 열 것으로 기대되며 줄기세포 관련주들이 폭등했고, 정부의 규제 완화와 향후 고령화 추세에 따른 신약개발업체의 성장 기대로 제약주들도 일제히 이름을 날렸다.
이밖에 유가급등에 따른 대체 에너지 수요 확대와 친환경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체에너지관련주와 교토의정서관련주 등도 꿈틀댔다.
정부의 코스닥활성화 대책 기대와 코스닥 시장의 급등으로 창투사관련주들과, 정부의 화폐개혁 기대로 리디노미네이션주들도 간헐적인 테마를 형성했고, 북한의 화해 제스쳐로 대북송전주 등 남북경협관련주들도 테마주로 각광받기도 했다.
◇ 믿을 건 실적..각종 부품주 `견조`
각종 부품주들도 유난히 다양한 테마를 형성했다. 운수장비 부품업종이나 조선기자재들이 대표적인데 이들 테마는 실적과 모멘텀을 겸비하며 비교적 견조한 테마를 형성한 경우다.
실적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는 자동차 완성업체들을 따라 자동차 부품주 역시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고 관심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조선기자재 관련주들도 실적이 다소 부진했지만 내년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휴대폰과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부품·장비관련주들 역시 올해 전반적으로 두드러진 시세를 내지는 못했지만 내년 정부의 휴대폰단말기 보조금 허용 수혜나 설비투자 증가 기대 등으로 꾸준히 주목받을 전망이다.
◇ 뼈아픈 교훈..내년 펀더멘털 중심 테마 기대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바이오주와 엔터테인먼트업종을 포함, 대표적인 테마종목군의 올해 상승률은 평균 200%를 넘나들고 있다. 제대로만 투자했다면 쏠쏠한 수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2005년을 장식한 대부분의 테마들은 구체적인 재료보다는 향후 성장성에 기댄 경향이 크다. 이에 따라 빈번한 주가 등락이 동반됐고, 일부 테마나 종목의 경우 단기적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실적을 내놓지 못하면서 상당규모의 실망매물을 소화해야 했다. 분기별 등락세가 엇갈리거나 변동성도 커 테마주 접근에 있어 테마주의 가장 큰 맹점도 재현됐다.
특히 최근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기대감으로만 급등했던 줄기세포 관련주 거품이 급격히 해소되는 수모를 겪으면서 테마주는 역시 테마주에 불과하다는 시장 편견에 재차 못을 박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번쯤 넘어야 할 산을 미리 겪으면서 오히려 향후 테마주 흐름에 긍정적인 변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도 새로운 테마보다는 기존 정책관련 테마들이 주를 이루겠지만 펀더멘털 중심의 테마주 흐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낙관적인 분석도 나온다.
신동민 연구원은 "사실상 올해 주요 테마주들의 경우 기대감이 앞서기 때문에 오버슈팅이 많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며 "내년에도 새로운 테마 출현보다는 기존 테마주들의 빠른 순환매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활발하게 일어나며 테마를 형성했던 우회상장주들의 경우 8부 능선까지 왔다"며 "이제는 이들의 실적가시화가 관전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김형렬 키움닷컴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닥 테마는 수익성 자체보다는 전형적으로 수급이 테마의 중심에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황우석 쇼크 등을 계기로 바이오 거품을 줄일 수 있었던 만큼 이를 교훈 삼아 내년에는 펀더멘털 중심의 테마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자산주나 배당관련주, 지수관련주들이 각광받는 가운데 실질적인 재료가 예정된 부품주들을 주목하라"며 "이와 함께 한동안 소외됐던 정보기술(IT)관련 테마주들 역시 본격적인 회복은 아니지만 신규투자관련 뉴스가 이어지면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