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태호기자]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터넷 지도 서비스 업체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야후나 구글, 혹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SN이 아니다. 지난 1996년 서비스를 개시하고 2000년 아메리칸온라인(AOL)에 인수된 `맵퀘스트`는 이용자수에서 압도적인 1위를 꾸준히 유지해온 미 맵핑(mapping) 서비스 부문의 선두업체다.
그러나 창립 10돌을 맞은 맵퀘스트는 중대한 위협에 처해 있다.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갖춘 인터넷 포털들이 `황금알 시장`인 온라인 지도 서비스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컴스코어 미디어 메트릭스에 따르면 미국의 인터넷 이용자수는 지난해 7% 성장에 그친 반면 지도 서비스 이용자는 5130만명으로 33% 급증했다.
이와 관련,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가 인터넷 기업들의 각축장(red hot)이 되고 있으며, 맵퀘스트의 이용객들이 조금씩 구글과 MSN 등 신기술을 접목한 사이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당시, 상당수 구조대와 시민들은 구글의 위성 지도 서비스인 `어스`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허리케인 피해를 입기 전·후의 멕시코만의 모습을 위성사진으로 공개한 MSN의 `버츄얼 어스` 역시 많은 이들이 석유시장의 피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
반면 맵퀘스트는 현재 위성 이미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1967년 `도넬리 앤 선즈(D&S)`의 자회사로서 종이지도 제작을 시작했던 맵퀘스트는 구글이나 MSN에 앞서 위성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경영진이 `재미`는 있지만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결국 전도유망했던 서비스를 철회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맵퀘스트가 여전히 맵핑 분야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맵퀘스트는 스프린트-넥스텔 휴대폰과 블랙베리 등 통신기기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검색할 수 있는 `파인드 미`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고의 인터넷 기술업체로 불리는 구글도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는 이 서비스는 이용자들에게 주변검색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친구들끼리 메시지를 통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밖에 애완동물 구조대들이 버려진 동물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한 `도그디텍티브닷컴(dogdetective.com)`과 자신의 집이 홍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를 체크할 때 쓰는 `플러드소스닷컴(floodsource.com)`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맵퀘스트의 토미 맥그로인 이사는 "고객들의 요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맵퀘스트의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업계에서도 아직 큰 순위변동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컴스코어 미디어 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인들의 71%(타 사이트 중복 방문 포함)는 맵퀘스트를 이용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2위 야후 역시 32% 수준의 방문자수를 유지했다. `신예` 구글은 25%를 차지했다.
하지만 구글, 야후, MSN의 추격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구글은 고객들이 더욱 쉽게 지도와 방위를 검색할 수 있도록 휴대폰 등을 이용한 맵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야후도 비슷한 서비스에 교통상황과 지하철 위치검색 등 특화된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켈시 그룹의 그렉 스털링 연구원은 "구글이 웹검색의 최강자라면 맵퀘스트는 지도와 자동차 운전 경로 검색의 최강자"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구글, 야후, MSN은 맵퀘스트의 뒤를 바짝 좇고 있으며 맵퀘스트가 혁신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