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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대 거리행진 불허에 '유수(流水)식 집회'…평화시위 호소

신정은 기자I 2019.08.18 17:51:25

주최 측, 경찰과 충돌 우려에 "15분씩만 머물자" 호소
‘평화, 이성, 비폭력’ 강조..도심 곳곳서 빗속 시위행렬
수업거부 목소리도..홍콩정부 "학교, 정치적 이용 안돼"

18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 대규모 시위대가 모였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는 11주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11주 연속 이어졌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력 개입 우려가 커진 가운데 시위대 지도부는 개입 명분을 차단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평화 시위를 강조했다.

홍콩섬 최대 규모의 도심 공원인 빅토리아공원은 18일 오후 2시 빗발이 흩뿌리는 날씨 속에서도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도심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부터 4km 가량의 거리 행진을 계획하면서 시위대 규모를 300만명으로 예고했다.

그러나 당국이 거리행진을 불허하자 집회 시간을 연기하고 시위 방식도 집회 장소에 15분씩만 머물다 가는 ‘유수(流水)식 집회’로 바꿨다.

민간인권전선은 “빅토리아 공원의 수용 인원은 10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경찰의 요구에 응해 ‘유수(流水)식 집회’를 진행한다”며 공원에서 참가자들이 15분 이상 머물지 않고 빠져 나가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당국의 불허방침에도 불구 일부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강행할 경우 진압병력과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서 ‘평화, 이성, 비폭력’을 강조했다.

이날 빅토리아 공원의 집회장을 빠져나간 홍콩 시민은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애드머럴티, 센트럴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과열 양상을 보이던 홍콩 시위의 분위기는 지난주 홍콩국제공항 점거 사건 이후 다소 바뀌었다. 당시 일부 시위대가 중국인 2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중국정부는 이를 ‘테러리즘’이라며 강력 비난한데 이어 인민해방군의 무력 개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인민해방군은 최근 자체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며 무장병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글을 올리며 긴장감을 키웠다.

홍콩 경찰 역시 강경 진압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시위대와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는 분위기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한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경찰도 무력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거리행진을 불허한 탓에 100만 인파가 운집했던 과거 대규모 시위는 불발로 끝났지만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송환법 영구 철회와 홍콩 시민의 보편적 참정권 구현 등을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민주화 운동 법률 단체의 발리 리 변호사는 “중국 본토 선전에 중국군인 집결했다는 보도는 시위대를 단념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집단적인 수업거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우산혁명’의 주도자였던 조수아 웡은 홍콩 정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수업거부가 불가피하다는 글을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당시 학생들이 거리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전날 홍콩 교사 약 2만2000여명은 ‘다음 세대를 지키자’ ‘우리의 양심이 말하게 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시위 사태가 신학기를 맞는 대학가로 번질 것을 우려해 차단 작업에 나섰다. 홍콩 정부는 홍콩 내 캠퍼스가 평정을 되찾고 학생들이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그 누구도 학교를 정치적 호조의 장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이날 미국을 겨냥해 홍콩 문제가 ‘내정’이라면서 간섭하지 말라고 재차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 대변인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일부 미국 정치인이 홍콩 시위를 언급한 것에 강력한 불만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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