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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8일 제주시민회관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제주 현지에서 직접 사전투표를 하던 기자의 ‘서울사람도 많이 왔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제주시 관광지 중 하나인 제주동문시장 근처에 있는 해당 사전투표소에서는 현지 주민 못지않게 해당 지역구 밖에서 투표하러 온 이들의 수가 상당했다. 서울이 거주지인 기자 역시 지역주민 외 투표자 줄에 서서 몇 분을 기다려야 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서울역(1만169명)과 용산역(8771명)·인천공항(제1터미널 1만1928명·제2터미널 6934명)의 사전투표소 투표자 수는 전국 사전투표소의 평균 투표자 수인 2460명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만큼 나들이·여행객들이 사전투표에 적극 나섰다는 얘기다.
또 하나 사전투표소에서 눈에 띈 점은 ‘인증샷’이었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특정 후보나 정당 지지를 연상할 수 있는 ‘엄지척’이나 V(브이) 모양 손가락 표시 ‘투표 인증샷’이 허용되면서, 정치인뿐만 아니라 시민과 연예인 등도 적극적으로 사전투표를 인증했다.
여야 5개 정당 대표들도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사전투표에 나서 ‘붐업’에 동참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대구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제 고향 달성군 다사읍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오후 6시까지 신분증만 가지고 가시면 전국 어디서든지 사전투표가 가능하다. 잠깐 시간을 내셔서 고향의 부모님도 뵙고,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투표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8일 서울 송파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는 국민들 관심도가 좀 낮아서 투표율이 저조하다”며 “우리당에서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 오늘과 내일 당력을 총력 동원해 당원과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나서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조배숙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본투표가 아닌 사전투표를 선택했다. 민주당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경기지사·박남춘 인천시장·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등이, 한국당에서는 김문수 서울시장·남경필 경기지사·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등이 사전투표를 했다.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율이 20.14%를 기록했다고 발표되면서 정치권 안팎의 이목은 민주당 여성의원 5명(박경미·백혜련·유은혜·이재정·진선미 의원)에 쏠렸다. 앞서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서 사전투표율 20%를 넘겨준다면 감사의 표시로 여성의원 5명이 10일 파란 머리로 염색해서 ‘파란’을 이어가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9일과 10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약속대로 파란 머리로 염색한 인증샷을 공개하고 “사전투표의 기세를 몰아 본투표에서 투표율 60%를 넘기고 13일 전국을 파랗게 물들여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사전투표율이 30%를 넘지 못하면서 홍 대표가 공약한 ‘아기상어 춤’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