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세청이 일부 대기업들의 해외법인 대출 지급보증 수수료를 상향 조정해 관련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2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기업들에 해외법인 지급보증 수수료율을 국세청이 최근 마련한 기준을 적용해 법인세를 다시 납부토록 통보했다.
일부 대기업은 수수료율이 보증금액의 0.5%에서 1.5~2%로 상향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용대상도 2006년부터 발생한 수수료 수입부터다. 다만, 국세청은 더 합리적인 수수료율 계산방식이 있으면 이를 적용토록 했다.
대기업 해외법인이 현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국내 본사가 지급보증을 하게 된다. 그 대가로 해외법인은 국내 본사에 지급 보증 수수료를 내고 좀 더 낮은 대출이자를 받는다. 2006년부터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6조의 2항)에 따라 국내 본사는 해외법인에게 받은 지급 보증 수수료를 법인세로 내야 한다.
이때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제3자와의 거래에서 적용되는 적정 수수료율(정상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적정 수수료율이 얼마인지에 대해선 국세청과 기업들의 의견차가 발생하는 상황.
국세청은 그동안 해외법인이 국내 본사의 담보대출 때문에 얻게 되는 편익만큼 신고하라고 안내했으나 일부 기업들이 그 편익규모를 잘 알면서도 그보다 낮게 신고해왔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당 과세가 적용되는 전체 기업 중 과반수 정도가 국세청이 제시한 적정 수수료율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로 신고했다"며 법인세를 줄이려는 일부 기업의 문제임을 시사했다.
반면 이번 조치로 법인세를 더 내야 하는 기업들은 수수료율은 기업들이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과세가 시작된 후 5년이 넘게 지난 최근에서야 적정수수료율을 제시하며 다시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인세 과세 유효기간(5년) 시점과 절묘하게 일치하는 것도 그동안 신경을 안 쓰다가 올해가 아니면 거두지 못할 것 같은 세금을 찾아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2006년 치부터 적용하는 것도 소급과세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이 관계자는 "시행령에만 정상가격으로 신고하라고 했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적정 수수료율에 대한 기준을 적립하기 위해 연구용역 및 간담회 등을 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며 "2006년부터 과세가 시작돼 잘못 신고한 것을 정정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