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에도 반영돼 있다. 합병 이후 3만2700원대를 유지했던 하이트진로 주가는 120여 일 만에 현재 2만6350원대까지 빠졌다. 시가총액도 2조6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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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하이트진로를 발목 잡는 가장 큰 복병은 `실적`이다. 수년간 맥주시장 1위를 지켜온 하이트맥주는 1위 자리를 오비맥주에 빼앗길 상황이다.
20일 한국주류산업협회 출고자료를 보면 하이트맥주는 올해 3분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오비맥주에게 내줬다.
1분기 52.2%였던 시장 점유율이 2분기 51.6%, 3분기 47.3%까지 떨어졌다. 반면 오비맥주는 1분기 47.8%인 시장 점유율이 2분기 48.4%, 3분기 52.7%까지 올랐다. 3분기 누계로 오비맥주가 49.8%까지 올라 하이트맥주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오비맥주가 하이트맥주를 추월하는 것은 머지않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이트진로 합병 이후 영업을 총괄하는 김인규 사장은 "진로와의 영업통합과 마케팅 집중전략을 활용하면 앞으로 1~2년내 하이트맥주 시장점유율을 60%대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라면 1위 수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승열 하이트진로 홍보정책 부사장은 "최근 노조와 영업망 통합에 대해 합의하면서 내년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라며 "당장 시너지가 나기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마케팅 전략 `오비 한판승`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의 마케팅 전략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양사의 마케팅 전략은 `다변화`와 `집중화`로 나뉘는데 현재까지는 오비맥주가 채택한 집중화 전략이 다소 앞서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맥스, 하이트, 드라이피니쉬 d 등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했다면 오비맥주는 카스를 중심으로 한 패밀리 브랜드화로 소비자를 집중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하이트의 실패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조급함`에서 온 결과라 지적한다.
하이트맥주 후속 제품인 `맥스` 출시 이후 시장 안착 단계에 비슷한 제품군인 `드라이피니쉬 d`를 내놓은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 것. 시간이 지나면서 맥스와 드라이피니쉬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효과) 현상이 발생하면서 마케팅 실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비자 트랜드를 볼 때 다양한 제품군으로 경쟁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그렇지 않다"라며 사실상 실패를 시인했다. 그는 이어 "오비맥주의 주인이 사모펀드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이점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문덕 회장 인재경영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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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덕 회장이 안고 가야할 사람들이었지만 결국 이들은 경쟁사로 자리를 옮기며 상대진영의 선봉에 서 있다. 누구보다 하이트진로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박 회장에게 뼈 아픈 상처를 주었다. 오비로 옮긴 임원들은 20여 년간 박 회장이 쌓아온 공동 탑을 허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인재 경영이 양사의 시너지를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라며 "외부에서 검증되지 않는 사람들이 낙하산으로 오다 보니 직원들 간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맥주시장 성장이 둔해지고 하이트와 진로의 합병 시너지는 아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내년도 하이트진로가 시장에서 밀린다면 더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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