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취산도 조선수리소, 상하이 길목 노린다

정태선 기자I 2008.10.20 11:26:50

11월부터 시운영..연간 150척 수리시설

[상하이=이데일리 정태선기자] 한진해운(000700)이 국제 물류의 중심인 상하이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다.

상하이로 들어가는 바닷길 입구 취산도(Qushan Island)에 한진해운이 건설 중인 대규모 선박 조선수리소가 오는 내년초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연 면적만 56만1000㎡(약 17만평)규모다.

지난해부터 한진해운과 중국 순화해운이 합작법인 제스코(Zesco)를 설립하고 건설중인 조선수리소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제스코 이규식 사장은 "돌섬을 다듬어서 현재 15만t급과 30만t급 도크 각각 1기가 수리안벽 시설의 대부분 완공, 올 11월쯤이면 본격적인 시운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스코는 40만t급 도크 1기도 추가로 건설, 8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 선박도 수리가 가능토록 준비하고 있다.

이규식 제스코 사장은 "수리 조선소가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 자체 보유한 대형 선박의 유지·보수가 수월해질 뿐 아니라 얼라이언스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선박과 국내선박 등도 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150척 가량의 선박을 수리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취산도 조선수리 사업은 한진해운의 차세대 신성장동력 중 핵심사업이다. 올해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이 글로벌 현장경영에 첫 시동을 걸면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도 바로 여기.
 
70년대부터 `수송보국`을 경영이념으로 해상운송에만 집중해 온 한진해운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처음으로 제조업에 진출한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 11월 가동예정인 취산도 조선수리소 공사현장. 이규식 제스코 사장이 현장설명을 하고 있다.

이규식 사장은 "최근 2~3년간 세계 물동량 증가에 따른 선복량이 늘어나면서 선박수리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해상운송은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조선수리업은 매출규모는 작지만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수리조선업체들이 운송경기 호황을 등에 업고 신조사업으로 전환한 탓에 수리조선 산업은 현재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을 끝으로 국내 조선수리사업도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도 국내 수리조선소를 찾지 못해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를 헤매고 다녀야만 했다.

한진해운은 현대미포조선에 32년간 근무한 조선수리업의 전문가 이규식 사장을 전격 스카웃했다. 영업에 숙련된 `한진해운맨`들이 가세해 돌산을 깎아가면서 조선수리소의 꿈을 상하이에서 직접 실현하고 있다.

취산도 조선수리소는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바다 강 하늘을 유기적으로 이어 글로벌 물류시장을 싹쓸이할 태세인 상하이의 해상 요충지에 있다.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의 관문 푸둥국제 공항.
 
상하이 도심에서 동남쪽으로 30㎞ 떨어진 이곳에 착륙할 때쯤이면 바다 위에 `만리장성`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세계 최장의 타이틀을 주고 받은 `항저우만 대교`와 `둥하이(東海)대교` 때문이다.
 
상하이에는 도로 교량 철도 운하 등 임항(臨港) 신항만도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실제 `만리장성 이후 최대 역사`로 불리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상하이와 양산(洋山) 심수항, 푸둥(浦東)을 잇는 황금의 델타지역이 형성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상물류 중심인 양산항을 마주보고 남동쪽 18해리(33Km)쯤 떨어진 곳에 취산도 수리소가 위치해 있다.

인근 4개의 조선수리소 가운데는 양산항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 있으며 현재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단단한 암반을 가지고 있어서 도크시설이 안전하게 들어앉기에도 안성마춤인 지역이다.

이규식 사장은 "시장의 상황에 따라 190m길이의 대형 컨테이너선 수리도 가능토록 만들 것인지 검토하고 있으며, 확장공사를 위해 부지를 추가 매입할 것인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산도 조선수리소는 중국정부의 허가 여부, 해운시황에 따라 일부 설계를 변경, 새로운 배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뿐 아니라 신조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잠재적인 토대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취산도 조선수리소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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